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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쿨존 초등생 사망사고’ 운전자 징역 7년…뺑소니는 무죄

입력 | 2023-05-31 14:47:00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초등학생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하다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4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등학생 통행이 많은 사실을 알면서도 주취 상태로 운전해 사고를 일으켰다”며 “어린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방주시 의무와 안전 의무를 충실히 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으며, 피해자들이 평생 감당해야 할 슬픔을 헤아릴 길이 없음에도 아직 용서받지 못했다”며 “음주량 등을 거짓 진술했고 구호 조치도 소극적이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엄벌 탄원서가 제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암 투병 중인 점, 유족이 수령에 부정적이지만 3억5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다만 범죄 결과가 매우 중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발생시킨 음주운전의 폐해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주’는 무죄…“당황했을 가능성 있어”
재판부는 현장 검증과 차량 블랙박스 녹화 내용 등을 종합해 사고 당시 A 씨가 사람을 친 사실은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주거지 주차장에 들어와서야 사고를 인식했다는 A 씨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블랙박스에 피고인이 ‘아이 씨’란 음성과 함께 보이는 반응도 역과 시점과 일치한다”며 “이는 피고인이 역과 직후 물건이나 사람을 역과했음을 인식한 유력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21m 떨어진 자택에 차량을 주차한 뒤 스스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약 45초가 소요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직후 피해자 역과에 대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지만 확정적 인식은 못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역과한 것이 어린 학생임을 인식해 가면서 감정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심리 상태는 (주거지에) 주차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역과 사실을 알고 당황한 나머지 주차장 입구까지 운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주 의사가 있었다면 주거지 주차장보다는 그대로 달아나 먼 거리로 가야 한다”며 “피고인은 현장에 돌아와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보안관에게 인적 사항과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고 음주 측정에도 응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주가 의심되더라도 이런 정황만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음주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지난해 12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A 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 B 군(당시 9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날 선고 직후 유족 측은 “재판부의 판결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며 항소 의지를 내비쳤다.

유족 측은 “살해 흉기를 휘두른 것과 마찬가지인 사람에게 참작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형량이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인정해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게 할 만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판의 목표는 재발 방지라는 측면에서 형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항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