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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트롱이 달을 밟고 한 말에서 ‘a’가 없는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3-06-10 12:00:00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을 밟으면서 뭐라고 말했나
들릴 듯 말 듯 한 ‘a’의 비밀
미국이 우주 최강대국으로 우뚝 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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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에 승선하는 비행사 4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The work you’re doing is going to inspire countless people around our country and the world.”
(당신들이 하는 일은 미국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습니다. 우주를 산업 기자로 활용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딘 셈입니다. 우주 프로그램은 각 나라들이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분야입니다. 미국은 약 반 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 전 아르테미스 2호에 승선할 비행사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역사적인 임무에 선발된 것을 격려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한 축하의 말 중에서 ‘inspire’(영감을 주다)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우주에 관한 명사들의 발언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긴 우주 탐사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우주 도전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미국 국기를 꽂은 모습. 미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1969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 말입니다. 위대한 진보나 발견의 순간에 두루 쓰이는 유명한 발언입니다. 얽힌 뒷얘기도 많습니다. 우선 암스트롱이 그토록 긴장된 순간에 ‘어떻게 이런 멋진 구절을 생각해 냈느냐’하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작가 J.R.R.톨킨의 ‘호빗’에 나오는 비슷한 구절을 암스트롱이 슬쩍 가져다 쓴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훈련 때부터 생각해온 구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잃어버린 ‘a’도 화제입니다. 이 구절의 의미가 성립하려면 ‘man’ 앞에 ‘a’가 붙어야 합니다. ‘a man’(한 명의 인간)과 ‘mankind’(인류)가 대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a’가 없는 ‘man’은 ‘mankind’와 비슷한 의미라서 동어반복이 됩니다. 하지만 착륙 순간을 생중계한 미항공우주국(NASA) 녹음본을 들어보면 ‘a’가 들리지 않습니다. 암스트롱은 30년 뒤 인터뷰에서 “그 순간에는 ‘a’를 말했다고 100% 확신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나도 안 들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언어학자들이 녹취록을 정밀 감정해 ‘a‘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언이라는 의미입니다.

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서 임무 수행 중인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 NASA 홈페이지



Weightlessness is a great equalizer.”
(무중력은 위대한 평형장치다)
샐리 라이드는 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에 승선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입니다.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라이드는 NASA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 모집 공고를 보고 응모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습니다.

라이드는 우주여행 이듬해 PBS 과학 프로그램 노바(NOVA)에 출연해 “무중력은 위대한 이퀄라이저(평등장치)다”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무겁고 힘이 드는 일은 남성이 담당하지만,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성별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 우주인은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강도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재치있게 성평등의 필요성을 말한 것입니다. 여성 우주인 양성에 힘을 쏟는 라이드는 2012년 6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죽은 뒤에도 레고가 샐리 라이드 인형을 내놓고, 미 우정청이 ‘샐리 라이드 영원히’ 우표를 출시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 NASA 홈페이지



The future doesn’t belong to the fainthearted, it belongs to the brave.”
(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다. 용감한 자의 것이다)
1986년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로켓 접합용 패킹 불량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비행에는 민간인 최초로 승선한 초등학교 교사 크리스타 매컬리프가 타고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 학교들에게 발사 장면 시청을 장려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충격을 받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국정연설을 취소하고 추모 연설을 했습니다. 4분 정도의 짧은 연설이었습니다. 연설 중반쯤에 “발사 장면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라면서 “미래는 마음 약한 자의 것이 아니라 용감한 자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fainthearted’는 ‘faint’(약한)와 ‘heart’(마음을 가지다)의 합성어입니다. 명사형으로 써서 ‘faint heart never won fair lady’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용기 없는 자는 미인을 얻지 못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아름다운 시 구절로 연설을 마쳤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19세의 나이로 공중폭발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시인 존 길레스피 매기의 명시 ‘고공비행’(High Flight)을 인용했습니다. “They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그들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이 땅에서 벗어났다)


명언의 품격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라이스대 미식축구 스타디움에서 연설하는 모습.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큰 충격을 받은 현상을 ‘스푸트니크 쇼크’ ‘스푸트니크 모먼트’라고 합니다. 4년 뒤 소련은 유리 가가린을 태운 첫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존 F 케네디 행정부는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개시했습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이내에 인간을 안전하게 달에 착륙시키고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폴로 계획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대학생들 앞에서 아폴로 계획의 필요성을 설득했습니다. 연설 장소는 NASA 센터가 있는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대였습니다. 4만여 명의 청중 앞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뉴 프런티어’(새로운 개척자) 정신을 일깨웠습니다. 케네디 명연설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설입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다)
‘달에 간다’ 대신에 ‘달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라고 ‘choose’를 넣었습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설은 이어집니다. “Because that challenge is one we are willing to accept, one we are unwilling to postpone, and one we intend to win”
(왜냐하면, 그 도전은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 도전이고, 우리가 미루지 않을 도전이며, 우리가 승리하고자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약속대로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실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배우 톰 행크스가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나왔던 윌슨 배구공을 선물 받은 모습. 하버드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영어를 활용해 영화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했습니다. 로런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Wilson’s bestie, Buzz’s buddy, Ryan’s savior, America’s dad”라고 행크스를 소개했습니다.

‘Wilson’s bestie’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행크스가 윌슨 배구공을 친구처럼 여긴 것에 유래했습니다. ‘bestie’(베스티)는 ‘베스트 프렌드’의 줄임말입니다. ‘Buzz’s buddy’(버즈의 단짝)는 영화 ‘토이 스토리’에서 행크스가 맡은 ‘우디’가 ‘버디의 단짝 친구’라는 의미입니다. ‘Ryan’s savior’(라이언의 구조자)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행크스가 맡은 밀러 대위 일행이 라이언 일병을 구한 것을 말합니다. ‘America‘s Dad’(미국의 아빠)는 널리 알려진 행크스의 별명입니다.

행크스는 연설에서 미국인을 3가지 부류로 나눴습니다. 자유와 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인, 그렇지 않은 미국인, 이런 가지에 무관심한 미국인입니다. 첫 번째 미국인만이 완벽한 통합, 분열되지 않은 국가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부류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others get in the way.”
(나머지 것들은 방해한다)
‘get’은 ‘얻다’라는 뜻이고, ‘in the way’는 ‘길에’ ‘진로에’라는 뜻입니다. 이 둘이 결합되면 ‘진로에 들어오다,’ 즉 ‘방해하다’라는 뜻입니다. “Don‘t get in my way”는 “내 앞길을 방해하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가는 길을 말하기도 하고, 계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Don’t let your emotions get in the way”라고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8일 소개한 아이템으로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에 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에는 NASA와 함께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스페이스X는 자체 기술력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밖에 다른 첨단기업 경영자들의 발언도 알아봤습니다.

▶2020년 6월 8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608/101403198/1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기뻐하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NASA 홈페이지

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부자 되는 법’ 등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자주 오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19,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첨단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을 알아봤습니다.


I doubted us.”
(나는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걱정이 많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us’는 스페이스X를 말합니다.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이라는 말도 자주 씁니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 완곡한 표현법입니다.


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
(그것은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트위터는 이 발언이 폭력을 조장한다며 ‘숨김’ 처리를 한 반면 페이스북은 그대로 뒀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부 반발이 계속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dog whistle’(개 호루라기)은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글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Why we swing for the fences.”
(우리가 큰 목표를 세우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빌 게이츠가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목표로 크게 스윙을 해야 합니다. ‘swing for the fences’는 ‘큰 걸 노리다’라는 의미입니다. 빌&멀린다 재단은 다양한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선에서도 빌 게이츠의 사업가적 기질이 엿보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