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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임원 재판行…검찰 “‘독점중계권 청탁’ 대가로 2억원 받아”

입력 | 2023-05-31 15:54:00

아내 용역 대금 명목으로 2억 받은 혐의
檢 "임원이 독자적으로 계약 내용 결정"




검찰이 프로야구 독점중계권 관련 특혜를 제공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임원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배임수재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KBOP 임원 이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회사 돈을 횡령해 이씨 측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홍모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대표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KBOP는 KBO의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등 전담 자회사로 이씨는 KBO 임원도 겸직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2013년 4월부터 2016년 8월 사이 아마추어 야구 기자인 자신의 배우자 A씨가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에 기사를 작성해주는 것처럼 가장해 대금 명목으로 총 41회에 걸쳐 1억9581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씨와 홍씨는 독점중계권 유지의 대가로 지급된 범죄수익을 A씨의 용역대금인 것처럼 외형을 가장한 것으로 조사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홍씨의 배임증재 혐의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나 기소되지 못했다.

검찰은 “A씨가 제작해 게재했다는 기사, 동영상 등을 전수 분석한 결과 A씨가 용역계약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인블로그에 야구 관련 기사 등을 작성, 게재한 것 외에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추가로 기사 등 콘텐츠를 제공한 사실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A씨가 같은 기간 동안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지급 받은 용역비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용역비가 비정상적으로 과다했으며, 홍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분석해 홍씨가 일부 자료를 조작까지 하면서 담당 직원도 파악하지 못한 용역비를 장기간 지급했다”며, “해당 용역계약은 결국 홍씨가 이씨에게 부정한 금품을 지급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게임 관련 업체 등 3개 업체 자금으로 A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4년 4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전 KBO 임원에게 3억1000만원을 준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3년 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티비 등 자금 총 7억8280만원을 빼돌려 아파트 분양대금 지급 명목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지난 2021년 9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 2022년 5월 검찰에 홍씨 사건만 송치하고 이씨 사건은 불송치했다. 검찰은 재수사 요구 이후 재차 불송치 결정이 내려지자 사건을 송치 요구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계좌추적 등을 진행하고, 지난달 3월31일에는 KBO와 KBOP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KBOP는 2020년 이전에는 방송 송출 수단에 따라 프로야구 중계권을 ▲지상파 TV ▲케이블 TV ▲IPTV ▲뉴미디어 매체로 나눠 판매했다. 2020년 이후에는 뉴미디어 매체를 제외한 나머지 중계권을 모두 지상파 3사에 판매하고,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재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는 케이블 TV 중계권을 2019년까지 독점 보유했고, IPTV는 2013년까지 공동 독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자 스포츠케이블 방송 3사는 2012년 8월 KBOP에 IPTV를 통한 프로야구 중계권을 요구했고, 이듬해 6월 KBOP는 스포츠케이블 방송 3사에도 IPTV를 통한 프로야구 중계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홍씨가 수익감소를 우려해 이씨에게 독점중계권 유지를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KBOP에서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KBO는 최대 수익원인 프로야구 중계권을 자회사인 KBOP를 통해 판매하면서 중계권 판매업무 담당 임원이 독자적으로 중계권 업체 및 계약 내용을 결정해 왔다”고 밝혔다. 과거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검찰은 이어 “KBO의 중계권 판매수익 감소는 프로야구 각 구단이 지급 받는 분배금 감소로 이어져서, 결국 야구팬들의 입장료 상승의 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