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며 대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친 러시아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의 성화(聖?, 종교화)를 최전선 부대에 보냈다.
지난 28일 러시아 국영TV에 방영된 영상에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러시아 병사들이 예수 얼굴이 그려진 그림에 입맞춤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대사제가 들고 있는 그림 앞에서 성호를 긋고 입을 맞추면 옆에 있던 주교가 물통에 담긴 물을 가지고 성수를 뿌렸다.
러시아를 포함한 동방 정교회에서는 예수가 에데사 왕을 치유하기 위해 천 위에 직접 얼굴을 찍어 보낸 것을 성스러운 그림을 뜻하는 ‘이콘’(Icon)의 시초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몸을 제외한 예수의 얼굴만 그려져 있고, 사람 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아케이로포이에타(Acheiropoieta)라고 부른다.
성화를 들고 전방 부대를 순회하고 있는 주교는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축복을 받은 것”이라며 성스러운 상징물임을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이 성화를 최전방이든 후방이든 크고 작은 모든 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가슴에 착용하면 가벼운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신이 있다면 러시아의 비열한 행동에 대해 혐오감을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종교적 신념을 넘어 미신에 강력하게 집착하는 성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크세니아 루첸코 기자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푸틴은 종교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원시적인 미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과거 자신의 군대에 주머니 크기의 이콘(성화)을 나눠주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러한 결정이 “절망적이고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008년부터 푸틴 대통령의 대외 문화협력 특사를 맡고 있는 미하일 슈비드코이 역시 “삼위일체와 같은 걸작을 박물관 밖으로 옮기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