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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할 권리 없는 40대, 이들의 사다리는 어디에[광화문에서/송충현]

입력 | 2023-05-31 21:30:00

송충현 산업1부 차장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는 과거와 요즘의 같은 연령대를 비교하는 밈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시바견과 사람이 등장하는 두 종류의 밈이 인기인데 과거의 30대와 요즘의 30대를 각각 근육질의 시바견과 강아지 시바견으로 묘사하는 밈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과 직장을 갖춘 어엿한 어른과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밸런스게임’이나 하는 아이로 비교한 밈이다. 밈의 캐릭터는 달라도 입사, 결혼, 출산 등 생애주기에 따라 과거에 당연시 여겼던 절차가 모두 늦어지며 몸만 커버린 아이로 요즘의 30대를 묘사한다는 점에선 맥이 같다.

예전이었다면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았을 30대가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의 연장선쯤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됐으니 40대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 물론 지금의 20, 30대의 눈에야 늙고 병든 ‘아재’와 다름없겠으나 40대로 살고 있는 4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들은 여전히 청년과 어른의 어느 중간쯤에 있을 뿐이다.

출발이 늦다 보니 직업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오히려 고용 시장에서 불안을 느끼는 40대들도 있다. 20, 30대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아 일자리 시장에서 그나마 수요가 있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정부 주도형 일자리의 혜택을 모두 가져간다는 하소연이다. 서비스업은 30대를, 사회복지업은 50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40대가 갈 만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나마 40대 선호도가 높은 제조업은 지금 같은 경기 하강 국면에선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40대의 일자리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 연령대 중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이 기간 동안 계속해서 줄어든 건 40대가 유일하다. 은행 등에선 이미 40대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40대가 빠르게 일자리 시장 바깥으로 내쳐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래서인지 40대를 ‘청년’으로 보듬으려는 시도도 보인다. 법적으로 청년의 기준은 19∼34세이지만 고령화 등을 고려해 정책 지원 대상이 되는 청년의 나이를 40세 이상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년도 아니고 고령층도 아닌 낀 세대로서, 하다못해 휴대전화 요금 할인 혜택도 못 받는 40대를 위해 이들을 재정 지원 사업의 수혜자로 포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서울 도봉구가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청년 나이를 상향했고 고령화가 한창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더 빨리 청년 나이 조정이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대형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청년 예산의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고용지표만 두고 봤을 땐 40대를 위한 정책 지원이 더 늦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모든 세대의 역할이 있듯 40대도 한국 사회의 중요한 축이다. 10∼20년 뒤 국가의 기둥이 될 어린 세대를 양육하며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세금을 낸다. 가족이 있기에 스스로 좌절하거나 퍼질 수도 없이 정책 사각지대에서 각자도생 중이다. 이런 40대를 위한 사다리 하나쯤은 필요해 보인다.





송충현 산업1부 차장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