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아끼려 통역가 파견 줄어들어 담당 환자 많아져 세심한 통역 불가 “의료사고 일어 날 수도” 일각 우려 시 “예산 원상복구-증액 검토할 것”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LINK)의 베트남 통역활동가 트란민탐 씨가 지난달 26일 부산의료원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이주민 의료통번역지원사업의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절반 삭감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링크 측은 설명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세심한 의료 통역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너무 안타까워요.”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1층 로비.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인 트란민탐 씨(28)는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원하는 베트남 이주민이 매일 몰려들어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트란민탐 씨는 약 2년 전부터 이주민 인권단체인 ㈔이주민과함께의 부설기관인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LINK)의 통역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민이 병원에서 의료진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통역을 지원하는 게 임무다. 국내 거주 기간이 짧은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등은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은 가능해도 의료용어는 어렵게 느낀다. 트란민탐 씨는 이런 이주민 환자 곁에 밀착해 이들의 귀와 입이 돼 준다.
31일 부산시와 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1억 원이 편성됐던 이주민 의료통번역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절반인 5000만 원이 책정됐다. 부산시가 2012년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비 지원사업’의 하나로 500만 원을 지원해 처음 시행됐던 이주민 의료통번역 사업은 이주민에게 호평을 받아왔다. 예산도 2019년 5000만 원에서 2020년 8000만 원, 2021년과 2022년에는 1억 원 등으로 점차 증액됐다.
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주민도 해마다 늘었다. 2013년 581건이었던 통번역 지원 건수는 2019년 1973건, 2020년 2413건, 2021년 3607건, 지난해 3982건이었다. 올해는 4월까지 1061건. 지난해 11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이주민 100명을 상대로 링크가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97명이 ‘통번역 활동가의 전문성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3명은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100명 모두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링크 측은 “전국적으로 유례가 드문 이주민 의료 통역 지원 정책임에도 부산시가 자세한 설명 없이 예산을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나현 링크 센터장은 “적은 예산으로 한 해를 버텨야 하니 통역가 파견 비용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통역을 원하는 이들에게 ‘진짜 아픈 것 맞냐’고 물어야 할 때마다 괴로운 심경”이라고 했다. 하루 6시간까지 근무한 통역가에게는 9만 원, 3시간 이내 활동한 이에게는 5만 원이 지급된다. 링크에 등록된 통역가는 약 50명이다. 베트남어와 중국어는 물론이고 파키스탄, 네팔어 등 16개 언어 통역이 지원된다.
사회복지단체인 복지포럼 공감의 박민성 사무국장은 “의료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왼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오른쪽 다리를 수술하는 의료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의료 통역은 물론 노동 분쟁이나 법률 통역도 함께 지원하는 통합 지원조직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다문화외국인지원팀 관계자는 “예산의 원상복구는 물론 지난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