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출간 기자간담회 SNS 미리 공개 ‘참신한 시각’ 화제 “짧은 말 압축, 작사-글쓰기 닮은꼴”
가수 이적.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가수 이적(49)은 신간에서 성공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적이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김영사)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책은 101개의 낱말을 고른 뒤 이에 대한 짧은 글 101편을 엮었다. 한두 문장으로 이뤄진 산문부터 가상의 화자를 내세운 짧은 소설까지 다양한 글이 담겼다. 이날 ‘작가’로 간담회에 참석한 이적은 “부끄럽다”면서도 “노랫말을 짓든, 글을 쓰든 모두 다 연관된 일이다. 짧은 문장 안에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해 담는 건 작사와 글쓰기의 닮은꼴”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적은 앞서 ‘당연한 것들’(2021년·웅진주니어)을 비롯해 그림책 3권과 단편소설집 ‘지문사냥꾼’(2005년·웅진지식하우스)을 펴냈다. 그는 “2019년 김영사 편집자가 ‘이적의 단어들’이란 가제로 책을 내자고 제안해왔는데, 확 끌렸다. 2020년부터 글을 쓰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가제가 진짜 제목이 됐다”고 했다.
SNS에 미리 공개한 글은 참신한 시각으로 화제를 모았다. ‘성공’의 정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널리 퍼졌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 앞에서 구차하게 1만 원짜리를 셀 수 없어 호기롭게 5만 원을 줬다가 후회하지 않도록 3만 원권 지폐를 만들자”(글 ‘지폐’ 중)는 제안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호응하며 화제가 됐다.
“글 ‘지폐’ 때문에 한국조폐공사에 ‘3만 원권을 발행하자’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는 “‘이적의 단어들’이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간에서 그는 “가수는 라이브 콘서트가 필수다. 펄떡펄떡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글 ‘라이브’ 중)라며 음악에 대한 철학도 드러낸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자신의 노래 ‘빨래’(2010년)의 한 소절을 부르며 작사 동기를 설명하며 가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뮤지컬이라 부르기엔 거창하고, 소규모로 이야기와 음악이 함께 나오는 음악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부터 꼭 해보고 싶었는데 잘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