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홍콩 ‘20·21세기 미술경매’ 구사마作 등 낙찰가 총액 2000억 ‘첫 선’ 쿤스-마그리트 작품도 고가 신규 구매자 절반이 ‘MZ 컬렉터’
홍콩 완차이구 하버로드 컨벤션센터에서 지난달 28일 크리스티홍콩의 ‘20·21세기 미술 경매’가 열렸다. 이날 경매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환한 조명이 곳곳을 비추는 가운데 경매사가 선 연단 좌측에 전화 응찰을 받는 이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화면이 송출되고 있다. 홍콩=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650만(홍콩달러), 4750만, 4800만!”
지난달 28일 홍콩 완차이구 하버로드 컨벤션센터의 크리스티 경매장.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작품 ‘꽃’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자 장내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작품은 하나지만 원하는 사람은 여럿. 높아진 가격에도 50만, 100만 홍콩달러씩 호가가 계속 올랐다. 경매사는 객석을 향해 “저녁 약속이 있다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결국 ‘꽃’은 5845만5000홍콩달러(약 98억 원)에 주인을 찾았다.
● 바스키아-쿤스 블루칩 최고가 주도
지난달 28, 29일 열린 크리스티홍콩의 ‘20·21세기 미술 경매’에서는 구사마에 대한 아시아의 여전한 사랑이 돋보였다. 경매에 나온 구사마의 작품은 모두 낙찰돼 총 2억1600만 홍콩달러(약 365억 원)를 기록했다.위부터 장미셸 바스키아 ‘블랙’(낙찰가 6260만 홍콩달러·약 105억 원), 제프 쿤스 ‘성스러운 하트(6087만5000홍콩달러·약 102억 원), 구사마 야요이 ‘꽃’(5845만5000홍콩달러·약 98억 원), 르네 마그리트 ‘연인의 산책로’(5119만5000홍콩달러·약 86억 원). 크리스티 제공
● 온·오프라인 경매 결합 실험
이번 경매는 홍콩이 팬데믹 이후 올해 3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고 나서 열린 것이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온라인 경매 참가자를 위한 세심한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경매사는 물론이고 전화 응찰을 위한 좌석에도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생중계에 나올 것을 대비해 남성 직원도 화장을 하라거나, 카메라가 비추면 미소를 지으라는 지침도 내려온다고 한다. 이번 경매의 온라인 생중계는 29개국에서 760만 명이 시청했다. 경매 신규 구매자 중 절반은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컬렉터였다. 중국 본토 구매자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출품작 전시 공간에는 오프라인 고객을 위해 쿤스와 구사마의 조각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미술관처럼 화려하게 배치됐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작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큐레이팅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사람-자본-물건 흐름 자유로운 홍콩에 내년 자체 경매장”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태총괄
“亞구매자들 제네바 파리 뉴욕대신
홍콩서 작품 보고 살수 있게 할 것”
“亞구매자들 제네바 파리 뉴욕대신
홍콩서 작품 보고 살수 있게 할 것”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지난달 28일 크리스티홍콩 봄 경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콩=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28일 만나 사옥을 확장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아시아 구매자들이 쓰는 금액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 구매자가 쓴 돈이 18억 달러라면, 그중 절반은 제네바 런던 파리 뉴욕에서 사용했다”며 “그 작품들을 아예 홍콩으로 가져와 언제든 보고 사고팔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그에게 홍콩의 이점에 대해 묻자 자유로운 흐름과 두터운 컬렉터 층을 꼽았다.
“홍콩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은 물론이고 자본과 물건의 흐름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서구룡문화지구를 포함한 미술 생태계도 성장하고 있고요. 게다가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와 대만에 두터운 컬렉터 층이 있어 아시아 미술 시장을 공략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서울도 프리즈 아트페어를 유치하는 등 아시아의 미술 허브를 꿈꾸고 있다. 그는 서울 역시 홍콩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도 여러 강점이 있지만 수입세와 부가가치세가 없는 상업 중심지를 찾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뉴욕에서 월요일에 보낸 작품을 화요일 오후 홍콩 경매장에 전시하고, 목요일에 다시 뉴욕에 보내는 것을 홍콩에서는 최소한의 서류로 할 수 있죠. 홍콩은 자유항이니까요.”
홍콩=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