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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방사선 치료, 편견 버리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입력 | 2023-06-01 03:00:00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방사선과를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암환자다. 암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교수님, 방사선이 암을 일으킨다던데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또 다른 곳에 암이 생기지 않나요” “추적검사 한다고 여기저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으면 암이 재발하진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방사선은 산업과 의료 분야에서 다방면에 유익하게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방사선 치료 후 생기는 이차적인 암은 그 확률이 매우 낮아서 일반적으로 5%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확률도 역시 항암제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하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로 인해 이차적인 암이 발생할 확률은 더 낮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치료 뒤 추적 검사를 하기 위한 CT 검사는 1년에 2회 정도이므로 고선량의 방사선 치료에 비해 방사선량이 1만 분의 1가량이다. 이차적인 암의 발생을 우려하기에는 미미한 수치다.

2015년 한국식품영향학회지에는 대학생들의 방사선에 관한 인식을 연구한 결과가 게재됐다. 대학생들은 방사선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고 피폭 시 암을 유발하거나 유전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방사선 검사가 신체에 해롭다는 인식은 낮아지고 있었다.

오히려 일정한 양의 방사선이 인체에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적이 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우주 비행사로 일년 동안 우주에 머물다 귀환했는데 수명과 밀접한 염색체 텔로미어를 검사한 결과, 이 염색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선 대표적인 난치성 퇴행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 골관절염 등에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했더니 치매 환자들의 인지기능이 개선되고 염증 관절의 통증이 감소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이제 우리나라도 순수한 국내 기술로 우주선을 우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우주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우주의학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주의학의 두 축은 미세 중력과 우주 방사선이다. 방사선에 대한 비과학적인 공포심 때문에 적극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주산업의 성장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요 7개국(G7)은 경쟁적으로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며 적극 뛰어들고 있다.

우리가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직 방사선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뿐이다. 방사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만큼 막연한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나 방사선을 새롭게 바라볼 때가 됐다.



정원규 강동경희대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