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국내 지존 김지연 장신 경쟁자들 꺾고 세계 정복… 호주 선수보며 콤플렉스 이겨내 국내 키 작은 선수들 희망으로… 선발전 4위 그쳐 태극마크 불발 亞경기 연기후 재선발전때 1위… “하늘이 내린 기회” 2관왕 겨냥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김지연이 지난달 18일 인천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사이클을 번쩍 들어올리며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김지연은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1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인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김지연(33·인천시체육회)의 서울 휘경여중 시절 별명은 ‘뱁새’였다. 김지연은 키가 작았다. 157cm였는데 지금도 그대로다. 당시 철인3종 클럽팀에서 훈련 단짝이던 동갑내기 김희주(33)는 ‘황새’로 불렸다. 김희주는 키(176cm)가 컸다. 김지연은 ‘뱁새’라고 불릴 때마다 “이렇게 작은 내가 철인3종을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 김지연은 고교 1학년이던 2005년 호주 여자 철인3종 국가대표 에마 스노실(42)의 세계선수권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게 된다. 키 161cm, 몸무게 48kg인 스노실은 170cm가 훌쩍 넘는 장신의 유럽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지연의 ‘작은 키 콤플렉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18일 소속 팀 훈련장인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만난 김지연은 “스노실처럼 키가 작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며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6년 스위스 세계선수권에서는 스노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봤다. 수영을 하기 전에 물 냄새를 맡는 등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지연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97년 세 살 위 오빠를 따라 수영교실에 등록한 것이 철인3종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해 어린이철인3종대회에 참가하면서 이 종목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 김지연은 “수영도 자유형만 할 줄 알았고, 사이클은 네발자전거를 탔지만 친구들과 함께 뛰면서 완주했더니 축하도 많이 받고 너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국가대표가 된 지 3년째 되던 2010년 양 무릎 인대가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김지연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메달을 따던 내가 2011년 전국체육대회에서 19등을 했다. 그때의 기록을 내 인생에서 지워 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활 이후 2014년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이듬해 전국체육대회 단체전에서 또 부상을 당했다. 수영 레이스를 끝낸 뒤 사이클에 급히 올라타려다 넘어지면서 왼쪽 엄지발가락이 부러졌다. 그래도 통증을 참고 끝까지 완주했다.
김지연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는 상위 3명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4등을 했다”며 “그래서 나는 아시아경기와는 인연이 없구나 하고 체념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항저우 아시아경기가 1년 미뤄지자 대한철인3종협회가 국가대표를 다시 뽑기로 한 것이다. 김지연은 “하늘이 내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지연은 지난달 15, 16일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아경기 철인3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부 1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15일 스탠더드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와 16일 슈퍼스프린트 코스(수영 300m, 사이클 8km, 달리기 1.6km)에서 모두 1위를 했다. 철인3종은 2006년 도하 대회부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됐는데 김지연은 그동안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인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