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를 부탁해]〈상〉로봇심판 점점 대세로 보기엔 스트라이크인데 볼 판정… 선수들 당황하다 무너지기 일쑤 존 더 넓혀야 어린 투수들 진화… 일관된 판정으로 불신-시비 차단 지도자 95%, 로봇심판에 긍정적
동아일보 야구팀은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한 현장 지도자들에게 고교야구 발전 방안에 관해 물었다. 이 중 가장 관심이 높았던 건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로봇심판)이었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올해 황금사자기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 가운데 처음으로 로봇심판을 도입한 대회다. 같은 달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덕적고 선발 신준서(16)가 공주고 톱타자 김용현(18)을 상대로 던진 공이 로봇심판 첫 판정 대상이었고 결과는 볼이었다.
이후로도 로봇심판은 스트라이크보다 볼 판정이 잦았다. 다음 날 야로고BC(21개)와 부산공고(12개)는 볼넷 33개를 주고받기도 했다. 두 팀은 몸에 맞는 공 6개를 합쳐 사사구를 총 39개 남겼다. 1971년 고교야구가 4대 메이저 대회 체제를 갖춘 뒤 이보다 사사구가 많이 나온 경기는 없었다. 이날 목동에서 치른 3경기에서는 볼넷이 총 68개 나왔다.
오태근 휘문고 감독은 “수십 년간 야구를 해 온 우리 눈에는 스트라이크인데 (로봇심판에서) 볼 판정을 받는 공이 나오곤 했다. 투수들의 발전을 위해 존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상 공주고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바깥쪽에서 흘러들어오는 공을 던지면 로봇심판이 잘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그런데도 현장 지도자들은 “로봇심판에 판정을 맡기는 큰 방향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로봇심판의 좁은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우리 투수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판정으로 인해 심판과 감정싸움을 할 일이 없었다. 판정의 일관성이 문제가 되곤 했는데 그런 점에서 모든 팀에 공평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팀 감독 역시 “판정에 대한 불신 탓에 아마추어 야구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로봇심판으로 인해 그런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고교 지도자의 95% 이상이 로봇심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