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주 발사체 발사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북한이 어제 오전 인공위성을 탑재했다는 로켓을 남쪽으로 쏘아 올렸지만 엔진 고장으로 실패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로켓 ‘천리마-1’형이 1단 분리 후 2단 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가급적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 로켓 발사에 서울시는 ‘대피 준비’를 알리는 긴급문자를 발송했지만, 행정안전부는 ‘오발령’이라고 번복하는 등 우리 정부는 대응체계의 혼란을 노출했다.
정찰위성 개발을 내세워 남쪽으로 로켓을 발사한 북한의 도발은 일단 실패로 끝났다. 기술적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의 대내외 정치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발사를 서두르다가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북한은 전날 군부 2인자를 내세워 “6월에 곧 발사할 계획”이라고 예고하며 주변국의 긴장을 늦추게 만들고선 5월 마지막 날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기만술까지 동원했지만 기술적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무참하게 실패했다.
이번 실패로 등등하던 김정은의 기세가 한풀 꺾일 수는 있지만 북한의 대외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북한은 2012년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 이후 8개월 만의 재시도로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2016∼2017년엔 미사일의 불발이나 공중폭발로 수없이 발사에 실패하면서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실패가 최근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김정은의 대외 도발 충동을 새삼 부추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도발은 대북 경보시스템 등 정부의 위기대응 체계에도 큰 과제를 던졌다. 북한의 로켓 발사 10여 분 뒤 울린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에 시민들은 “대체 왜 어디로 대피하란 얘기냐”며 불안해했고, 검색 폭주로 포털사이트의 모바일 접속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 서울시 경보가 ‘오발령’이었다는 행안부의 문자, 다시 ‘경보 해제’를 알리는 서울시의 문자에 시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서울시와 행안부는 서로 책임 공방까지 벌였다. 이런 기관 간 엇박자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북한이 비웃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대응 혼란의 근본적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을 것이다. 대북 위협의 수준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대응조치 판단은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의 책임이다. 오래전부터 예고된 북한의 로켓 발사다. 경보의 단계와 발령 기준, 절차 등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철저히 대비시켰어야 했다. 대응 태세에 한숨 돌릴 여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