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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경찰 ‘분향소 설치’ 충돌… 노조원 4명 연행

입력 | 2023-06-01 03:00:00

야간집회때 분향소 기습설치 시도
경찰, 노조원 끌어내고 설치 막아
서울 도심 곳곳 통제… 퇴근길 혼잡



분향소 설치 싸고 몸싸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민노총은 분신한 노조원 양모 씨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 천막 기습 설치를 시도했는데,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1일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이 지난달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충돌했다.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해 분향소 설치를 막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원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2시경부터 대통령실 인근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등 도심 곳곳에서 ‘건설노조 탄압 중지’ 등을 외치며 동시다발적 집회를 열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부터 중구 덕수궁 대한문 사이에 모여 세종대로 6개 차로를 점거하고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엄정 대응을 지시한 지 8일 만에 열린 첫 대규모 집회다.

충돌은 세종대로 집회가 끝난 뒤 열린 야간 집회에서 발생했다. 민노총 조합원 800여 명(경찰 추산)은 오후 6시 40분경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양모 씨의 분향소를 만들겠다며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천막을 설치하려 했다. 당초 오후 7시부터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는데 그보다 이른 시간에 천막 기습 설치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이들을 포위한 채 “지방자치단체가 허용하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는 경고방송을 하고 저지에 나섰다. 또 분향소를 설치하던 곳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을 막으려는 민노총과 경찰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이 발생했다.

경찰이 분향소를 세우려는 노조원을 중구 세종대로로 끌어내고, 노조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차도로 나오면서 한때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방향 편도 4개 차로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경찰은 “공무집행을 방해할 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방송을 반복한 끝에 분향소 설치를 저지했다. 또 경찰관을 폭행한 노조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해 수사 중이다. 이 중 3명은 부상을 입었다고 호소해 먼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구청의 행정요청에 따라 천막 설치를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캡사이신 장비 멘 경찰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불법 집회에 대비해 캡사이신(고추 추출물) 분사 장비를 멘 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분향소 설치가 저지된 장소에서 민노총은 오후 8시 반까지 집회를 이어간 후 해산했다. 또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오후 7시마다 도심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경찰은 집회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캡사이신(고추 추출물) 분사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분사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평일 서울 도심을 막고 진행된 집회와 행진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면서 퇴근길 등에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이날 집회가 한창이던 오후 3시 45분 기준으로 서울역 방면 세종대로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4km에 불과했다. 직장인 김창현 씨(28)는 “노숙 집회를 한 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또 집회를 하니 불편하다”고 했다. 부인과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벨기에인 크리스토프 들라팔라스 씨(35)는 “서울광장이 마지막 여행지였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