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경보 혼란] 北도발 위기상황 때 행동 요령 대피소 모르면 낮고 어두운 곳으로 화학약품 공격땐 높은 곳이 안전 불빛 새어나가지 않게 차광막 쳐야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 씨(27)는 31일 오전 6시 41분 경보음과 함께 서울시가 보낸 재난문자를 받고 생수와 반팔 티 서너 장을 챙겨 황급히 인근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송 씨가 상도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민 십수 명이 도착해 있었는데 대부분 어떻게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송 씨는 “역에 가면 안내하는 사람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우왕좌왕하던 중 오발령이라는 문자까지 오니 분통이 터졌다. 재난문자를 믿고 신속하게 대피한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고 했다.
서울시가 발송한 재난문자에 대해 재난 전문가들은 ‘대피 이유와 장소, 행동 요령이 빠져 있다’며 낙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이번에는 다행히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다음번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집 근처 대피처’를 미리 알아놓고 대피 요령도 숙지해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홍보 부족에 사이트 먹통 된 재난포털
정부는 행정안전부의 ‘안전 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과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을 통해 ‘집 근처 피난시설’ 정보를 제공한다. 재난안전포털에 접속해 검색창에서 ‘대피소’라고 입력하면 ‘인근 대피소 찾기’ 코너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입력하면 대피소의 주소, 지도상 위치, 규모, 최대 수용 인원까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평소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 앱은 이날 오전 접속 장애를 일으키며 먹통이 됐다. 직장인 이현호 씨(33)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를 처음 들었다. 이번에 먹통이 되는 걸 보니 긴박한 상황에서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피난처를 확인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인 서비스 지연이 발생했다. 서버 증설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더 쉽게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난문자에 ‘인근 지하철역’ 등과 같은 피난처를 기입하고 재난안전포털 링크를 삽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가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31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주민들이 구호대피소에 모여 있다. (독자제공) 2023.5.31/뉴스1
● 낮고 어두운 곳으로 대피하라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또는 포격 도발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정부 지침과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일단 ‘낮고 어두운 곳’으로 대피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대피 전 시간이 있다면 혹시 모를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화재 위험이 있는 유류와 가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물론 급박한 경우에는 일단 뛰어나가야 한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미리 응급약품과 손전등 등이 포함된 재난안전키트를 구입해 놓는 것도 좋다.
대피하는 중에는 위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두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를 타고 있다면 불빛을 줄이고 천천히 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응급환자실이나 중요 산업시설 등은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광막 등으로 완전히 빛을 가려야 한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는 이성보다는 본능과 훈련된 습관이 중요하다”며 “기회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 등이 진행하는 피난 훈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