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북한 주장의 우주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지만, 비정상적 비행으로 어청도 서쪽 방향 200여㎞ 해상에 낙하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2023.5.31/뉴스1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한 것은 지구 저궤도, 특히 남극과 북극을 잇는 극궤도에 진입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위성을 남쪽으로 발사한 것은 지구 저궤도, 특히 극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 저궤도(LEO)란 지구 지상에서부터 고도 2000km까지의 인공위성 궤도를 일컫는다. 극궤도는 남극과 북극 상공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인공위성의 궤도를 뜻하며,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지구 표면 전체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어 군사정찰위성 등에 활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함이 나가 있는 곳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후 추락한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3.5.31/뉴스1
독일 ST애널리틱스 소속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도 북한의 위성발사가 지구 저궤도, 특히 극궤도에 올려놓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찰위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저궤도에 위치해야 한다며 한국은 위성 28개가 저궤도에 있고, 북한은 2개의 위성(KMS 3-2, KMS 4)이 저궤도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위성이 3단 로켓 같다며 아직 사진이 공개되지 않아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사전에 통보한 위험구역이 3개인 점을 고려할 때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러 박사는 북한의 발표를 봤을 때 이번 위성 발사 로켓에 새 엔진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과학·기술·국가안보정책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 로켓에 그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한 ‘RD-250’ 엔진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RD-250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로켓 엔진이다. 포스톨 교수는 북한이 이 기술을 1990년대 소련 붕괴 당시 가져와 ICBM과 위성 발사 로켓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위성 로켓 1단 발사 시 이 엔진을 사용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2단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엔진의 변형된 형태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성 발사가 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의 기술 역량이 뛰어나 곧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