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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타자기·김영삼 조깅화…역대 대통령 소품 청와대 모였다

입력 | 2023-06-01 11:35:00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 박정희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 김대중 대통령의 원예가위, 노무현 대통령의 독서대…’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역대 대통령 12명의 일상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부터 오는 8월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진행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 본관 세종실 전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며 “대통령들의 상징적인 소품을 통해 고뇌하고 결단을 내리던 순간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승만부터 문재인까지…‘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전시

청와대 본관의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 삶을 압축하는 소품을 만날 수 있다.

가족 및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 독서를 하거나 산책·등산을 하는 모습,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시구하는 모습, 외국 정상이나 귀빈을 맞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한다.
영문 타자기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수품이었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가방에 들어있었던 물건이다. 1953년 7월, 6.25 전쟁 휴전 무렵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은 상호방위조약 체결이었고, 철저한 보안 속에 협상을 이어갔다. 78세의 이승만은 두 손가락을 쓰는 ‘독수리 타법’이었지만,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정희 대통령은 늘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방울’이라고 적힌 연필 스케치는 그의 반려견(스피츠)의 모습이다.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파악했고,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계획안도 전시됐다.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일곱살 때 여읜 부친의 유품이었던 퉁소에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노래 실력은 물론 산새가 날아올 정도였다는 휘파람 소리도 장기였다.
조깅은 김영삼 대통령의 상징이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 조깅을 해온 그에겐 건강관리 이상의 의미였다. 고뇌 속에 주요 정책을 결심하고 국정을 정리했다.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를 발표한 그날도 조짐이 있었다. 새벽 조깅에서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달리며, 긴장감을 속도로 해소했다.

‘인동초(忍冬草)’라는 별명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은 꽃과 대화했다. 1980년 5월17일 신군부에 체포된 그는 독서와 꽃 가꾸기로 감옥 생활을 견뎠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피는 인동초처럼 그는 가위로 꽃을 다듬으며 정치 공간을 새로 설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허를 보유한 대통령이다. 1974년 사법시험 준비 시절 누워서 책을 볼 수 있게 각도 조절 기능이 있는 ‘개량 독서대’를 만들었고,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 그는 “대통령을 안 했으면 컨설턴트나 발명가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약수터 부근 바위에 한자로 ‘청와대’를 쓴 일화와 구 본관 청기와가 함께 진열됐다. 퇴임 후에도 연탄보일러를 때겠다고 약속한 최규하 대통령의 연탄난로도 소개됐다. 스포츠광이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1985년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청와대 만찬에서 서명한 축구공이 전시됐다.

자전거를 애용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전거 헬멧, 어머니의 죽음 뒤 퍼스트 레이디로 살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1999년 발간한 책 ‘나의 어머니 육영수’, 등산 마니아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기념 제작 등산스틱 등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는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품에 얽힌 이야기 위주로 새롭게 접근했다는 게 문체부 설명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공적인 면만 조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 장관은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대통령의 라이프 스타일 위주로 접근했고, 국민들에게 좀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다”며 “대통령 기록관 및 기념관 관계자, 대통령 가족 등의 자문과 의견을 구했다”고 답했다.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로 복원 진행…춘추관엔 생활소품 전시

청와대의 원모습도 일부 복원돼 관객들을 맞이한다.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통령이 국빈을 맞이하고 집무하던 시기의 모습으로 복원 중이다. 1991년 청와대 본관 신축 당시를 기준으로 진행 중이다.

전시 기간에는 그동안 설치됐던 덮개 카펫을 철거해 다시 붉은 카펫을 볼 수 있다. 본관 건립 시 설치됐던 작품들도 제 자리를 찾고 일부는 복원 작업을 거쳐 과거 언론을 통해 보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했던 금색 부분이 산화돼 검게 변한 것을 김식 작가가 직접 복원해 금빛을 되찾았다. 충무실 전실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맞이했던 10폭 병풍인 서예가 이수덕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국무회의장으로 쓰이던 세종실에 설치된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도 공개된다.

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선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 사용됐던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을 전시하는 ‘초대, 장’이 열린다.

중앙에는 식기세트가 놓여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의 요청으로 국내 최초 제작된 본차이나(소뼈를 갈아 만든 반투명 도자기) 식기세트를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 제작된 백자세트, 문재인 대통령 때 청와대 본관 지붕을 본따 만든 납청유기세트 등이 있다.

그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가구는 시대순으로 배치됐다. 1991년 이전에 구 본관에서 사용된 서명대 등과 한옥 양식의 상춘재에서 사용했던 좌식 가구, 노태우 대통령의 노모를 위한 방에 배치됐던 관저 할머니방 가구, 서예를 즐겼던 김영삼 대통령의 서예탁자 등을 볼 수 있다.

본관 관람객 수는 청와대 시설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동시 수용인원 200명 규모로 조정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