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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녹조 ‘비상’…4대강 보 수문 열어 선제 대응

입력 | 2023-06-01 12:11:00

환경부, 녹조 종합대책 발표…야적퇴비 관리 등 先추진
하·폐수처리장 총인 추가감축…녹조 중점관리지역 지정




정부가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녹조 심화 현상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녹조가 과다 발생하거나 오염원이 집중된 지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오염 처리시설을 우선 설치한다. 전문적인 녹조 관리를 위해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환경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녹조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녹조란 강이나 호수에 남조류가 과다하게 성장해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남조류는 오염 물질의 유입으로 질소와 인이 풍부해진 환경에서 광합성을 통해 형성되며 수온이 20~30도로 상승하는 여름철에 가장 왕성하게 성장한다.

올해 녹조는 봄 가뭄과 무더위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낙동강은 경사가 완만하고 유속이 느리며 주변 산업단지 및 축산시설 등으로부터 오염 물질이 다량 유입돼 녹조 발생이 잦다.

특히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합천창녕보 상류의 우산리 어부선착장에서 녹조 띠가 관측됐다. 이는 지난해 녹조 띠가 처음 관측된 6월19일보다 한 달 가량 빠르다.

이상진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지금 봄 가뭄과 무더위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기 더 쉬운 기상 여건”이라면서도 “올해 강우가 더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좀 더 녹조 발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사전 예방, 사후 대응, 관리 체계 등 3개 분야로 나눠 ‘비상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사전 예방…‘축구장 15개’ 퇴비 수거, 거부땐 고발

이달 중 녹조가 주로 발생하는 낙동강 하천변의 야적퇴비를 대거 수거한다. 지난달 16일 발표 당시 밝힌 낙동강 수계에서 퇴출할 퇴비 양은 축구장 15개 규모에 이른다.

수거하지 못한 야적퇴비는 덮개를 덮어 오염원 유출을 차단한다. 특히 남부 지방 장마 예상 시기를 고려해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치며 이 기간 퇴비 수거를 이행하지 않을 땐 ‘가축분뇨의 관리에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에 따라 고발 조치한다.

야적퇴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야적 퇴비 실명제도 시행한다.

또 가축분뇨 관리 강화를 위해 녹조 다량 발생 인근 지자체에 농지에 적정량의 퇴·액비가 뿌려질 수 있도록 하는 ‘양분관리제’를 시범 도입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하반기 ‘국가가축분뇨종합계획’에 반영해 법제화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가축분뇨 처리방법에 바이오차를 추가한다. 바이오차란 가축분뇨를 350도의 고온 탄화해 토양개량제로 활용하는 것으로 탄소 저장 및 토양 내 중금속 흡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내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33곳을 증축·개선하고 유기성 폐자원 바이오가스화 시설 8곳을 신설한다.

아울러 녹조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부터 ‘녹조상황실’을 선제적으로 가동·운영한다. 관계기관 합동 녹조대응 훈련을 통해 시나리오별 기관별 역할 및 장비 가동 여부도 점검한다.

특히 녹조 이명박 정부 때 건설된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녹조 심화 현상을 차단할 방침이다. 기존 보 수위는 6개월마다 고정돼 녹조가 발생하더라도 신속 대응이 불가했다. 다만 수문을 개방하는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여지가 남아 있다.

박정준 환경부 통합하천관리 태스크포스(T/F) 과장은 “기상정보와 녹조 상황 등 종합적으로 따져 댐, 하굿둑과 연계해 보 운영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녹조가 발생한 경우 하천 시설의 가용수량 등을 고려해 상류 댐 및 보 등을 연계한 일시방류(플러싱)를 실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문 개방 시)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엄청 많다. 그것을 특정하게, 아주 기술적으로 테크니컬하게 기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1~2주마다 모여 여러 데이터들을 분석을 한 후 (개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여 전했다.

◇사후 대응…녹조제거 시설 대폭 확충

녹조 우심 지역에 녹조제거시설을 집중 투입해 녹조를 신속히 제거한다.

내년까지 낙동강 유역에 녹조를 제거하는 선박과 에코로봇 등 장비를 대폭 확충해 녹조 제거 기반도 조성한다.

이 과장은 “녹조 선박은 현재 14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1척당 하루에 한 4~5t의 녹조를 제거한다. 20대를 추가해 34대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1척당 3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에코로봇의 경우 하루 2.5t 정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올해는 4곳이 운영 중인대 내년에 18곳 추가해 22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먹는 물 안전 확보를 위해 정수장에 조류차단막 운영과 정수처리를 실시한다.

조류가 다량 발생하는 지역에 위치한 물금 취수장 등을 대상으로 수심별 선택 취수가 가능한 취수시설을 설치한다.

먹는 물 감시 기준도 강화한다.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조류독소 대응을 위한 정수 처리 기준이 되는 항목을 현행 ‘마이크로시스틴-LR’에서 ‘마이크로시스틴류 6종(LR, RR, YR, LA, LY, LF)의 합계’로 개선한다. 정량한계 목표값은 ‘0.1 ㎍/L 이하’에서 ‘0.05 ㎍/L 이하’로, 표시한계는 ‘0.1 ㎍/L’에서 ‘0.05 ㎍/L’로 각각 높이게 된다.

◇관리체계…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

보다 과학적이고 고도화된 녹조 예측을 위해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디지털 트윈)을 도입한다. AI 기반 조류 예측지점은 현행 8개에서 14개로 확대한다.

지난 1999년부터 운영해온 조류 경보제도 손본다. 상수원 조사 지점을 ‘기존취수구 2~4㎞ 상류’에서 ‘시범취수구 500m 상류’로, 채수방법은 ‘기존상·중·하 혼합채수’에서 ‘시범표층 좌안·우안 채수’로 변경한다.

낙동강·금강의 친수구간 조사 지점도 7곳으로 확대한다. 친수 활동의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도 마련한다.

아울러 전문적인 녹조 관리를 위해 국가녹조대응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이 곳은 녹조통합관리 컨트롤타워로서 통합 현장대응, 녹조협의체 운영, 녹조 관련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류연기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올해는 야적퇴비 제거 등을 통해 단기간 내 효과적으로 녹조를 저감하고 더불어 근본적인 녹조 저감을 위한 중장기대책도 동시에 추진해 녹조로부터 안전한 물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