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예비선거(경선)판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80) 대통령을 상대로 일찌감치 설욕전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과 ‘정권 교체를 위해선 트럼프부터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 잠룡들이 도합 10명에 육박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트럼프파’가 총출동했던 11·8 중간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지는 듯했으나, 당내 지지율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 3월말 역대 미 대통령 최초 형사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법 리스크는 도리어 지지층이 결집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이던 플로리다주에 붉은 파도(Red Wave)를 일으키며 ‘공화당 미래’로 급부상한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도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지난 24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 지지율 부동의 2위다. 트럼프와 격차는 꽤 나지만 바이든과 양자대결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경선에서 트럼프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지목된다.
경선판에 뛰어든 전·현직 주지사만 5명이다. 니키 헤일리(51) 사우스캐롤라이나(SC) 전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60) 전 뉴저지 주지사. 에이사 허친슨(72) 전 아칸소 주지사 그리고 디샌티스와 더불어 현직인 더그 버검(66)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이다. 여기에 유일한 흑인 팀 스콧(57)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37) 등이 본선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헤일리 전 지사는 트럼프 정부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를 지내면서 국제사회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4%대 지지율로 펜스와 3·4위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도 이민자 출신 여성으로 성별과 인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고한 보수주의자’(solid conservative) 이미지를 피력하고 있다. 헤일리는 젊음을 무기로 75세 이상 정치인의 정신감정 의무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나머지는 사실상 ‘승산 없는 후보’(a longshot candidate)로 분류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콧·크리스티 지지율은 1%대며 남은 후보들은 지지율 집계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허친슨·버검 역시 지역구 밖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전무한 편이다. 이 밖에도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커지는 경선판에 대해 공화당 일각에서는 반트럼프 지지표가 분산되면서 최소 30%당 지지율을 확보한 트럼프가 무사히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