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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탬프’는 왜 美 부채한도 협상의 뜨거운 감자가 됐나

입력 | 2023-06-01 14:55:00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채식주의 전문 식료품점 앞에 ‘보충적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과 전자복지카드(EBT) 환영’이라고 쓴 입간판이 서 있다. 사진 출처 ‘세버낸더 네츄럴 푸드마켓’ 트위터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 법안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2일 상원 통과 여부만 남았다. 하원에서 마지막까지 쟁점이 된 것은 ‘푸드 스탬프(식료품 구매 쿠폰)’였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복지(푸드 스탬프) 대상 확대’를, 야당 공화당은 (푸드 스탬프 혜택을 위한) ‘필수 노동 요건 강화’를 주장하며 맞섰다.



푸드 스탬프(Food Stamp)란? 
푸드 스탬프 또는 보충적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은 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다.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민주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언한 뒤 공식 도입된 미국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다.

보충적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로고. 출처=미국 농림부 홈페이지


푸드 스탬프는 식품 구입용 바우처나 전자카드 형태로 제공된다. 과일 야채 고기 해산물을 비롯한 모든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주류나 담배는 구매할 수 없다. 코스트코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뿐 아니라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에서도 쓸 수 있다.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 가운데 알래스카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다. 식료품 구매 목적이라면 사실상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다.

푸드 스탬프 지원금 범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기간 크게 늘었다. 각 주정부는 실직자가 늘자 식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필수 노동 요건(work requirement)을 일시 완화했다. 이를 통해 펜데믹 기간 약 420만 명의 빈곤 단계 추락을 막은 것으로 추산된다.



푸드 스탬프가 핵심 쟁점이 된 까닭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 선언과 함께 푸드 스탬프 긴급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영향을 받는 약 3000만 명이 ‘굶주림의 절벽(hunger cliff)’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법안에서 푸드 스탬프 관련 쟁점은 필수 노동 요건 중 노동 의무 연령이었다. 정부 지출 삭감을 내세운 공화당은 노동 의무 연령을 현행보다 늘리자고 주장했다. 기존에는 일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갖춘 18~49세는 한 달 80시간 이상 일하거나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해야만 푸드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합의 법안에 따르면 노동 의무 연령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54세로 올리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현금 임시 지원 프로그램 대상도 줄이기로 했다.

민주당의 요구도 일부 반영돼 푸드 스탬프 노동 의무 면제 대상에 퇴역 군인, 노숙자, 위탁 시설에서 갓 자립한 청년이 포함됐다. 일할 수 있는 신체, 정신 능력이 부족하거나 임신부만 면제해 주다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온라인에서 확산된 보충적 영양 지원 프로그램 관련 밈. 왼쪽 ‘무직(no job)자’는 지원금으로 많은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오른쪽 ‘직장인’은 그렇지 못한 실정을 과장되게 꼬집고 있다. 트위터


그러나 양당 강경파는 여전히 이 법안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강경파는 “정부가 가난한 사람에게서 음식마저 빼앗고 있다”며 이 법안이 고령층 식량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필수 노동 요건을 강화하면 고용이 증진된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일하지 않은 자에게 복지를 베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은 “근면성실한 미국인이 모든 사회적 비용을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사회에) 더 나은 기여를 할 수 있음에도 빈둥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