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조금을 이용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데 앞서가면서 유럽이 초조해지고 있다. 중국 업체에도 의존할 예정이지만 이 때문에 유럽 1위 배터리 업체에 구애가 몰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간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등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노스볼트 공장 유치를 위해 스웨덴 바스테라스로 향했다. 노스볼트는 세계적으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유럽 1위 배터리 업체다.
유럽 국가들은 수억 유로를 제공하며 이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독일 하베크 장관 역시 지원금을 약속하며 지난 2월 바스테라스로 갔다. 그리고 지난 5월 독일 함부르크 공장 건설을 약속받았다.
전직 테슬라 임원이 이끄는 노스볼트는 당초 미국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이 계획을 연기했다. 하지만 노스볼트의 최고 환경 책임자(CEO)인 엠마 네렌하임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보조금 때문에) 지금은 미국이 확실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노스볼트의 공장 설립 계획을 둘러싼 갈등은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확보하려는 미국과 유럽 간의 격렬하고 비생산적인 경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유럽 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유럽 전현직 관리들은 미국이 대규모 보조금 경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이 상호 보완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전기 자동차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정부와 민간 자금이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전기차가 사용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세계경제와 기후변화 도전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유럽과 미국의 정책이 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둘다 동시에 경쟁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은 전기차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포함한 몇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3개월 동안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의 약 14%가 전기차였는데 이는 미국보다 두 배 많은 비중이다.
하지만 유럽이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현장의 추진력을 북미 시장에 비해 잃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한편 미국과 유럽의 경쟁의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치적 반발을 우려해 미국 투자를 피하며 2018년 이후 유럽에 17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서방 정부와 중국 사이의 정치적 긴장은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미묘한 입장에 놓이게 했다. 그들은 중국 공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 정부를 불쾌하게 할 여유는 없다. BMW, 폭스바겐, 볼보는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운영하는 독일 아른슈타트의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구입할 계획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