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붙을수록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전기차에 탑재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되면 온도가 1,000도까지 급상승하며 주변 배터리로 불이 옮겨붙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 차량 전체로 화재가 번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 성동구 소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출처=성동소방서
이같은 전기차 화재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방청이 내놓은 ‘최근 3년간 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20년에는 11건, 2021년에는 24건, 2022년에는 44건으로 매해 두 배가량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가 늘었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차량 전체로 불이 옮겨붙기 전에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발화 지점인 고전압 배터리가 차체 하단에 위치한 탓에 그간 불길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를 도입해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소방청,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로 훈련…"골든타임 사수"
전국 소방청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보유 현황. 출처=창원소방본부
전기차 화재 진압용 노즐은 특수 개조한 소방 장비를 차량 밑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다수의 노즐에서 분사되는 소화 용수가 발화 지점인 차량 하단의 배터리에 집중되므로, 화재 시 초기 진압을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화재 진압용 노즐. 출처=창원소방본부
전기차 화재 진압용 노즐을 활용해 훈련 중인 모습. 출처=창원소방본부
소방청 관계자는 “기존 소방호스로 소화 용수를 분사하는 방식으로는 차량 하단부, 특히 특수 케이스가 감싸고 있는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진압하기가 어려웠다”며 “전기차 화재 진압용 노즐을 이용하면 초기진압, 즉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화재 진압 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식 수조는 말 그대로 차량을 간이 수조에 넣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으로 ▲포켓형 ▲조립형 ▲튜브형 ▲트레일러형으로 구분한다.
전기차 화재 진압용 이동식 수조의 형식과 사용 설명. 출처=창원소방본부
조립형 이동식 수조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 중인 소방당국. 출처=창원소방본부
이동식 수조를 활용하면, 소화 용수를 집중 투입할 수 있고 차량 주위를 둘러싸기 때문에 2차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방당국이 도입한 또 다른 전기차 화재 진압용 장비는 질식 소화포다.
질식 소화포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 중인 소방당국. 출처=창원소방본부
질식 소화포는 특수코팅한 내화성 섬유로 제작한 천 덮개로,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덮어 산소 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한다.
소방당국은 이같은 전용 장비로 정기적인 훈련을 실시해 증가세를 보이는 전기차 화재에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표현일 창원소방본부 대응예방과 훈련 담당 소방위. 출처=창원소방본부
표현일 창원소방본부 대응예방과 훈련 담당 소방위는 “최근 전기차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소방공무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전문 교육과 함께 주차장과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장소에서 화재 진압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일 소방위는 이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한 지상, 특히 고전압 케이블이 없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개방한 후 즉시 빠져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 119에 신고할 때는 정확한 현재 위치와 함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꼭 소방당국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