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ADD 제공
● 한국판 사드, 초음속탄도미사일 궤적 쫓아 명중
요격미사일의 비행 모습. 적외선 레이더 영상 캡처
“발사 15초 전… 3, 2, 1, 발사!”
통제요원의 발사 명령에 따라 안흥시험장 인근 해상의 바지선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요격 미사일 1발이 불기둥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시험장 참관석 앞 대형 스크린에는 표적탄의 파란색 강하 궤적과 이를 향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의 녹색 비행궤적이 동시에 나타났다. 바로 옆 대형 화면엔 엄청난 속도로 섬광 줄기를 그리며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의 레이더 적외선 영상이 송출됐다. 요격미사일의 1, 2단 추진체가 차례로 분리됐고, 최종 탄두부의 ‘직격비행체(KV·Kill Vehicle)’가 표적탄과 충돌하면서 화염과 연기구름이 발생했다.
이날 요격시험을 위해 설정된 비행영역은 서해상 약 350km 구간에 달했다. 군은 시험에 앞서 30여 척의 해군, 해경 함정 등을 동원해 서울시 8배 면적의 ‘안전 영역’에 대해 민간 어선의 소개를 진행했다.
● 국내 기술로 세계 3번째 개발
‘한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은 대북 3축 체계 가운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을 위한 핵심 전력이다. 지난해 말 첫 요격시험에 성공한 이후 이날까지 4차례의 요격시험 중 3번을 성공했다.이에 따라 군은 내년까지 L-SAM의 개발을 완료해 2025년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력화 시기는 2020년대 후반으로 계획하고 있다.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을 ‘직격파괴(hit to kill)’하는 요격 방식은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격에 비유된다. 사드와 SM-3 요격미사일 등 첨단 요격무기에 적용되는 고도의 기술이다. ‘직격비행체’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적외선 탐색기로 적 탄도탄의 추진기관에서 발생하는 열 등 표적 정보를 추적한 뒤 자세 추력 제어장치를 이용해 적 미사일에 충돌해 파괴한다.
이런 성능의 무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요격 고도가 40~70km인 L-SAM이 배치되면 15~40km 고도에서 요격을 담당하는 기존 패트리엇(PAC-3), ‘천궁(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과 함께 북한 탄도미사일을 종말(낙하) 단계의 상층부에서 한 차례 더 요격할 수 있게 된다. 대북 탄도탄 방어망을 더 촘촘히 구축함으로써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의 요격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이 장관은 “종말 단계 상층까지 확장된 L-SAM 능력은 북한의 위협 고도화 대응능력 향상과 한미동맹의 미사일방어 능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SAM-Ⅱ 개발도 조기에 착수해 북한의 어떤 미사일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층 미사일방어체계를 신속히 구축해 달라”고 ADD 기술진에게 당부했다.
L-SAM-Ⅱ의 요격 고도는 100km 이상으로 사드(요격고도 40~150km)와 맞먹는 방어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