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전체 인구의 16% 차지 신체 특성-치료법 등 성인과 달라 같은 증상이라도 소청과서 진료해야 올해 소청과 희망 의사 33명에 불과… 출생률보다 지원율 감소가 더 빨라
전국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점점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의료기관이 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린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청소년과(소청과)가 사라진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10년간 어둠의 터널을 걸을 것이란 예측도 보고됐죠. 0∼19세 소아청소년은 전체 인구의 16%(2023년 1월 기준)를 차지합니다. 소아청소년과가 없으면 내과나 다른 과에 가면 되지 않냐고요? 소청과 의사가 사라지면 왜 문제인지, 과학적인 시선에서 접근해봤습니다.
● 병원에 소청과 의사가 없다
● 소청과는 왜 꼭 필요할까
소아는 어른과 생리학적, 해부학적 차이가 크고 고유의 특징이 있죠. 소아청소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몸이 커지고 근육이 생기고 심폐 기능이 좋아지는 성장뿐 아니라 신경학적, 사회적 발달을 합니다. 따라서 시기마다 꼭 발달해야 할 중요한 단계가 있고, 때마다 특징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나 증상이 있습니다.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진료의 접근 방법부터 소아청소년과 어른은 차이가 있습니다. 김찬 전문의는 “예를 들어 100일 미만의 아이가 열이 나면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뇌수막염, 패혈증 등을 모두 감별할 수 있는 진찰과 검사를 한다”며 “이 중 하나만 걸려도 위험할 수 있는데, 아기는 어른과 달리 스스로 어디가 아픈지 잘 표현하지 못하고 보호자도 ‘그냥 밥을 안 먹는다, 열이 난다’ 정도로만 짐작해 증상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어른보다 치명적일 수 있어요. 최 교수는 “소아는 몸무게 등에 따라 써야 하는 약의 용량도 다르고 종류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며 “폐렴에 걸린 어른에게 많이 쓰는 퀴놀론계 항생제가 소아에겐 연골 손상을 일으키고 발육하는 치아를 착색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덧붙였죠.
● 어린이와 어른은 앓는 질병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많이 걸리는 암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등이에요. 그런데 이 암들은 소아청소년에게서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그 대신 신경모세포종, 림프종, 소아뇌종양 등이 자주 발생하지요. 소아청소년은 성인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특정 질병이 나타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미숙아는 태아 시기에만 있는 태아순환구조물을 갖고 태어나 혈액 순환에 어려움을 겪는 질병을 앓기도 합니다. 김찬 전문의는 “배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어른은 바이러스성 장염, 소위 배탈을 생각하기 쉽지만, 신생아나 미숙아는 장 자체가 미숙해서 걸리는 ‘괴사성장염’, 조금 더 큰 영아는 ‘장중첩증’ 등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소아의 특징적인 질병은 소아청소년과에 특화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교수 인터뷰
―환자가 수도권 병원에 몰리면 어떤 문제가 있나요.
“저는 소아암 환아를 치료하는 의사예요. 제 환아는 지방에 갔다가 갑자기 패혈증이 왔습니다. 패혈증은 세균 감염에 의해 쇼크가 오는 질환입니다. 증상 발현 후 1, 2시간 내에 빠르게 수액과 항생제를 투여하는 응급처치가 필요해요. 그런데 소아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이 환자는 도로에서 헤매야 했습니다. 소청과 의사가 줄면 위험 상황이 반복될 확률이 높아질 거예요.”
―일반 응급실에서 치료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소청과 전공의, 전문의가 없으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성인의 신체 특성과 치료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소아청소년 전문의료진이 없는 병원에서 의료사고 등을 우려해 부담스러워하는 거예요.”
―선진국은 어떤가요.
“일본은 이미 10년 전 우리와 비슷한 위기가 지나갔어요. 어린이의 건강을 국가가 모두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법을 만들고 지역별로 어린이병원이 유지되도록 했어요. 우리나라는 현재 전공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 진료체계를 전문의 위주로 바꿔야 해요. 소청과 같은 필수 의료는 정책적으로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해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