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상속세 내니 정부가 2대 주주… 이런 稅制 그대로 둘 건가

입력 | 2023-06-02 00:00: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 사옥. 2022.3.2. 뉴스1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2대 주주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기획재정부가 전체 지분의 29.3%인 85만여 주를 보유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고 그제 공시했다. 지난해 2월 별세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물려받은 지주회사 지분을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했기 때문이다. 유족이 가업을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넥슨이 중국 등 해외 자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매각설은 일단락됐다.

넥슨의 사례는 기업들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한국의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상속에 20%를 할증하는 제도까지 감안하면 실제 최고세율은 60%다. 기업 승계를 장려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활용하는 사례는 적다.

과도한 상속세 탓에 기업들 사이에선 “상속 두세 번만 하면 모든 기업이 국영기업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외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아예 회사를 사모펀드나 해외에 매각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한 뒤 대주주 지분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상속세 부담이 적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을 고민하는 기업도 있다. 대주주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고 주가를 애써 올리려 하지 않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이 매각설에 시달리고 국가가 대기업의 주요 주주에 올라서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과 최고세율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3년간 바뀌지 않아 경제 규모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상속은 철저히 막아야 하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기업 투자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명문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상속세제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