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버스 시민 과반 마스크 안써 “교실 내 미착용 자연스러운 분위기” 동네의원 “환자 10명 중 9명 착용” 일부 환자 “격리 의무 사라져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로 완화된 1일 오전 광주 북구청 로비에서 보건소 의료진과 어린이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투명 칸막이’에 기념 메시지를 적고 있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 의무를 해제했다. 광주=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됐을 때 모두 여기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선별검사소가 없어진다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네요.”
1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만난 박모 씨(38)는 “의료진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굿바이 코로나’도 없었을 거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그의 눈앞에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던 임시선별검사소가 운영을 마치고 해체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후 시행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 감염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아졌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곳곳에서 일상 회복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중단
이날 서울역 앞에선 시민 10여 명이 발걸음을 멈춘 채 선별검사소 해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곳은 2020년 12월 14일 설치된 전국 첫 임시선별검사소다. 서울역 인근 주민 변모 씨(58)는 “답답했던 코로나19와 이젠 정말 작별할 시간”이라며 웃은 뒤 철거된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전국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은 1일 부로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부터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았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임시선별검사소를 매주 2, 3건씩 철거하며 엔데믹(풍토병화)을 실감했다”고 했다.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 3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조심스러워하던 이들이 조금씩 ‘마스크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도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듣는 일이 보편화됐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학교와 학원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수업을 듣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 “확진자도 마스크 없이 다닐 텐데” 불안도
이날부터 동네 의원와 약국 등에선 의료진과 약사, 환자 모두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용산·마포·중구 일대 병원과 약국 등 총 17곳을 돌아본 결과 의료진과 약사들은 여전히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였다.
중구 신당동의 한 이비인후과 간호사 김모 씨(48)는 “오늘 온 환자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마스크가 답답해 보이는 어르신 환자에게 ‘벗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걱정된다며 안 벗으시더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박수진 씨(27)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혹시 코로나19에 확진됐을까봐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했다.
약국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중구의 한 약국 약사 박모 씨는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판을 오늘 떼어 버렸는데 손님 80% 이상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더라”고 했다. 용산구 청파동의 한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약국 약사는 “독감 환자가 많아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