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L-SAM’, 세계 3번째 개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전력 “총알로 총알 맞힌셈” 2025년 양산 패트리엇 등과 함께 다층망 구축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가 발사되고 있다. 군은 ‘한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의 개발을 내년까지 완료해 2025년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제공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충남 태안군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 이곳에서 약 200km 떨어진 서남부 해상의 무인도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가상의 적 탄도미사일(표적탄)이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됐다.
● 한국판 사드, 초음속탄도미사일 궤적 쫓아 명중
통제요원의 발사 명령에 따라 안흥시험장 인근 해상의 바지선에 설치된 수직발사대에서 요격미사일 1발이 불기둥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시험장 참관석 앞 대형 스크린에는 표적탄의 파란색 강하 궤적과 이를 향해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의 녹색 비행궤적이 동시에 나타났다. 바로 옆 대형 화면엔 엄청난 속도로 섬광 줄기를 그리며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의 레이더 적외선 영상이 송출됐다. 요격미사일의 1, 2단 추진체가 차례로 분리됐고, 최종 탄두부의 ‘직격비행체(KV·Kill Vehicle)’가 표적탄과 충돌하면서 화염과 연기구름이 발생했다.
군이 개발 중인 L-SAM의 탄도탄 요격시험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 장관 등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일부 기술진은 “됐다”는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군은 이날 L-SAM의 탄도탄 요격시험 현장을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요격시험을 위해 설정된 비행영역은 서해상 약 350km 구간에 달했다. 군은 시험에 앞서 30여 척의 해군, 해경 함정 등을 동원해 서울시 8배 면적의 ‘안전 영역’에 대해 민간 어선의 소개를 진행했다.
● 국내 기술로 세계 3번째 개발
이에 따라 군은 내년까지 L-SAM의 개발을 완료해 2025년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력화 시기는 2020년대 후반으로 계획하고 있다.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을 ‘직격파괴(hit to kill)’하는 요격 방식은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격에 비유된다. 사드와 SM-3 요격미사일 등 첨단 요격무기에 적용되는 고도의 기술이다. ‘직격비행체’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적외선 탐색기로 적 탄도탄의 추진기관에서 발생하는 열 등 표적 정보를 추적한 뒤 자세 추력 제어장치를 이용해 적 미사일에 충돌해 파괴한다.
이런 성능의 무기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요격 고도가 40∼70km인 L-SAM이 배치되면 15∼40km 고도에서 요격을 담당하는 기존 패트리엇(PAC-3), ‘천궁’(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과 함께 북한 탄도미사일을 종말(낙하) 단계의 상층부에서 한 차례 더 요격할 수 있게 된다. 대북 탄도탄 방어망을 더 촘촘히 구축함으로써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의 요격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L-SAM-Ⅱ의 요격 고도는 100km 이상으로 사드(요격 고도 40∼150km)와 맞먹는 방어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