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를 부탁해]〈중〉도마에 오른 투구수 제한 지도자 31명중 20명 “규정 폐지를” “기준 15∼20개 늘리면 마운드 숨통… 준결승부터 제한 풀자” 목소리도 “학업부담 심해 기본기 떨어져” 77%
“에이스 투수가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 더그아웃을 지킨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수도권 고교 야구부 감독은 지난달 2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부산고와 강릉고의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전을 보고 난 뒤 이렇게 말했다.
부산고는 이날 팀의 에이스 성영탁(3학년)을 마운드에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세광고와의 16강전에서 한 경기 제한 투구 수(105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회 규정에 따라 91개 이상 공을 던진 투수는 최소 나흘간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부산고는 결국 에이스 없이 8강과 4강 경기를 치러야 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한 수도권 팀 감독은 “요즘에는 예전처럼 하루에 150개씩 던지게 할 지도자는 없다”면서 “현재 기준을 15∼20개 정도만 늘려줘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야구에 투구 수 제한 규정을 도입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수로는 이수민(28·전 삼성)을 꼽을 수 있다. 이수민은 대구상원고 3학년이던 2013년 황금사자기 16강전에서 북일고를 상대로 9와 3분의 2이닝 동안 공을 178개 던졌다. 이수민이 송우현(27·전 키움)에게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내주고 패전 투수가 되자 ‘오히려 잘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수민이 그해 7경기에서 평균 투구 수 139개를 기록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결국 2014년부터 고교야구 한 경기 최대 투구 수를 130개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해 황금사자기가 투구 수 제한 규정을 도입한 첫 전국대회였다. 이후 2018년부터 최대 투구 수는 105개로 제한하고 투구 수에 따라 의무 휴식일을 부여하는 현재 제도로 바꿨다.
문제는 이 제도가 ‘투수 보호’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 충청 지역 팀 감독은 “팀마다 투수층이 다른데 똑같은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다. 토너먼트에서는 한 경기만 지면 바로 탈락이라 에이스 투수를 앞선 경기에 내보내다 보면 준결승 이후에 1, 2학년을 마운드에 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서 “4강부터는 콜드게임이 없는 것처럼 투구 수 제한도 준결승부터는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자도 “전국대회 때는 경기 일정이 먼저 잡힌 팀은 휴식일이 넉넉한 반면 경기가 늦게 잡히는 팀은 일정에 쫓겨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