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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피 문자에 ‘왜, 어디로’ 넣는다

입력 | 2023-06-02 03:00:00

尹 “어떻게 이 모양인가” 질책
정부, 경보발령시스템 전면 재정비




북한 우주 발사체 발사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가 지난달 31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당시 큰 혼란을 일으켰던 민방공 경보 발령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재난 문자메시지가 혼란을 키우지 않도록 발송 이유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등도 메시지에 담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육하원칙에 입각한 경계경보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국민이 동요 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 요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그런(육하원칙이 담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개편을 공식화했다.

현재 국무조정실은 행안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문자 발송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만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참모 회의에서 “어떻게 이 모양인가, 조사를 좀 해서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게 말이 되느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무조정실이 주축이 돼 경계경보 발령 시스템을 대폭 정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재난 문자에 경보 발령 이유와 대피 수칙 등을 압축적으로 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날 서울시는 “대피 준비를 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는데,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란 말이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시, 행안부, 지방자치단체만으로 (시스템 정비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있다.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 등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면 대통령실 차원에서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대국민 민방위 훈련 재개 추진


재난문자 등 전면 손질
사이렌 사각 해소 위해 증설 검토
“경보발령권 규정 손봐야” 지적도

북한 발사체 발사 후 경계경보가 발령된 31일 오전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이 대피소에 모여 있다. 백령도=뉴스1

일단 행안부는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발송하는 재난 문자 가이드라인(표준 문안) 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난 문자 내용은 ‘재난 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명시된 표준 문안을 따르는데 경계경보의 경우 ‘오늘 ○○시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만 돼 있다. 이 때문에 언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등 핵심적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행안부는 표준 문안을 변경해 경보 발령 원인과 대피 방법 등을 자세히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문구가 길어지는 경우 멀티미디어메시지(MMS)로 전환돼 전송 속도가 느려지고, 휴대전화 성능에 따라 문자를 못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대변인은 “일부 전문가는 대피도 도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데이터 용량 등 기술적 측면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전날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피난해 주십시오”라는 대피명령을 전송했다.

민방공 훈련(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열린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대피하고 있다.2023.5.16/뉴스1

대국민 민방위 훈련 재개도 검토한다. 민방위 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달 16일 전국단위 훈련이 재개됐지만 공공기관과 전국 초중고교 교직원, 학생만 상대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방위 훈련이 국민을 상대로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정도로 혼란이 크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전날 일부 지역에서 사이렌 소리가 잘 안 들렸다는 지적과 관련해 현재 176곳에 설치된 사이렌의 성능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올 9월까지 어느 정도 들리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증설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경보 발령과 관련해 부처 간 엇갈리는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 6조에 따르면 민방공 경보는 공군사령관 등 군에서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발령 지역 판단은 군에서 해야지 행안부나 서울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에서 경보를 발령하더라도 미수신 지역은 시도(지자체)에서 경보를 발령하게 돼 있다”며 “매뉴얼상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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