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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현존 최장수 뮤지컬, 오리지널 ‘시카고’ 매력 속으로

입력 | 2023-06-02 03:00:00

6년 만의 내한공연 지난달 막 올라
1920년대 美 실화바탕 블랙코미디
전설적 안무가 포시의 관능미 가득
“원어로 듣는 작품, 남다른 깊이 선사”




끈적끈적한 느낌의 금관악기 독주가 시작되자 곧장 빅밴드의 연주가 휘몰아쳤다. 절로 고개를 까닥이게 하는 드럼 비트와 함께 배우들이 느릿한 춤을 추며 등장했다. 무대를 여는 넘버 ‘올 댓 재즈’는 묵직함과 경쾌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소리로 객석을 메우며 미국 시카고의 화려한 클럽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세계 누적 관람객 수 3300만 명을 기록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지난달 27일 개막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 ‘시카고’ 오리지널팀 공연의 매력을 5가지 키워드로 알아본다.

①최장수 뮤지컬: 올해 27주년을 맞은 ‘시카고’는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중 최장 기간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1988년 초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기존 최장수 작품이었지만 올 4월 경영난으로 폐막하며 ‘시카고’에 최장수 타이틀을 넘겨줬다. 뮤지컬 ‘라이온킹’(1997년 초연)이 ‘시카고’의 뒤를 잇고 있다. 오늘날 공연되는 ‘시카고’는 1996년부터 선보인 리바이벌 버전으로, 작품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75년 46번가 극장에서다.

②전설적 안무가: 리듬감 있는 동작과 섹시함이 특징인 ‘시카고’의 안무는 토니상 안무상을 총 8차례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밥 포시(1927∼1987)의 손에서 탄생했다.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대 시절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며 자신만의 관능적인 안무 색채를 다져갔다. 그의 사후 제작된 리바이벌 버전에선 포시의 애제자인 앤 레인킹이 ‘포시 스타일’을 극대화해 재안무했다.



뮤지컬 ‘시카고’ 1막에서 실력 있지만 돈과 여자를 밝히는 변호사 빌리 플린(제프 브룩스·가운데)이 넘버 ‘All I Care About’를 부르고 있다. 그는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주인공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를 무죄방면시킨다. 신시컴퍼니 제공




③관능적 무대: 1920년대 각종 유희와 타락으로 가득했던 시카고가 배경인 만큼 의상 역시 배우들의 관능미를 최대화한다. 당대 ‘플래퍼(신여성)’로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짧은 치마와 짧은 머리칼, 빨간 입술이 특징이다. 검은색 의상엔 속이 비치는 원단과 그물망 패치를 주로 활용했다. 윌리엄 아이비 롱 의상디자이너는 “100년 전을 풍미한 패션과 포시가 활동하던 1970년대 패션을 토대로 영원불변한 ‘시카고 스타일’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④실화: ‘시카고’는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극작가이자 시카고트리뷴 기자였던 모린 댈러스 왓킨스(1896∼1969)가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죄수들의 이야기를 취재해 1926년 희곡으로 재창작했다. 한때 잘나가던 보드빌 가수 출신 주인공 벨마 켈리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는 실제 가수로 활동하며 아름다운 외모와 돈으로 법정과 언론의 환심을 산 벨바 게르트너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록시 하트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내연남을 총으로 살해한 뷸라 아난이다. 변호사 빌리 역은 게르트너와 아난을 변호했던 인물을 합쳐 만든 캐릭터다.

⑤올 댓 재즈:
대표곡 ‘All That Jazz’,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등의 넘버들은 작곡가 존 캔더가 시카고풍 재즈로 구성했다. 시카고풍 재즈는 속도감 있는 보컬과 두드러지는 솔로 기악 연주가 특징이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우리말과 영어는 문장 내 강세 구조가 정반대라 ‘시카고’는 원어로 부를 때 작품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며 “음악과 서사, 위트가 아주 미국적인 작품이기에 본토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에서 남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6일까지, 8만∼17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