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3일 강원 원주시 관설동의 한 마트에서 분유를 고르고 있는 고탁민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경사. (강원경찰청 제공) 2023.6.2
“사연이 기사를 통해 전해지면서 도움을 주시겠다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강원 원주의 한 마트에서 분유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 40대 어머니에게 도움의 손길부터 내민 경찰관의 사연이 알려지자, 원주시 반곡관설동 행정복지센터로 그 어머니를 돕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원주시 반곡관설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현재까지 복지센터로 사연의 여성을 돕겠다는 취지의 문의전화가 약 100통 정도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분유나 기저귀를 지원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의와 현금도 지원해주겠다는 취지의 전화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앞서 경찰확인 결과,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의 한 마트에서 A씨(40대)가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A씨는 분유와 기저귀 등 17만원 상당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 밖으로 나서려다 마트 보안요원에게 들키는 등 절도 혐의를 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범행 이유를 물었고, A씨는 가정형편상 돈이 없고, 아기가 굶고 있다는 사정을 털어놨다. 또 A씨는 아기 아버지가 도망을 갔고, 생계유지가 어렵게 돼 아기 때문에 절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사연도 경찰에게 전했다.

지난 3월 23일 강원 원주시 관설동의 한 마트에서 40대 여성 A씨가 분유 등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진은 당시 사건현장의 폐쇄회로(CC)TV 캡처. (강원경찰청 제공) 2023.6.2
고 경사는 “당시 10평 남짓한 원룸에 빈 분유통이 널려 있었고, 아기가 태어난 지 2개월 정도가 된 남자 아이라는 A씨의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저도 생후 5개월이 된 딸이 있는데, 오죽하면 이런 절도 사건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 경사가 A씨를 도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과거 절도죄로 벌금형을 받고도 납부하지 못해 수배선상에 오른 상태였다. 고 경사는 당시 사건처리에 이어 A씨가 내야 하는 벌금문제도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벌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A씨를 도운 것이다.
고 경사는 “당시 사건 후 일주일 정도가 흘러 A씨의 감사인사를 건네받았다.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다고 하셨는데, 벌금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셨다”면서 “사건처리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굶주린 문제 해결도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