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에게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거짓말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다 흉기로 살해했다. ⓒ News1
과외 중계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에 대해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유정을 사이코패스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약간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며 사이코패스로 확답하기 힘들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과는 다르다”며 “모든 범행 사실을 털어놨고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일반적인 사이코패스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정유정에게서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살았고 휴대전화 이용 내역을 봤더니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게 사실상 없었다”며 “사회와 단절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관심 분야, 범죄물에 빠져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는 수천 번, 수만 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고 그 상상을 이번에 어떤 계기를 통해 현실에서 실현하게 됐다”며 “중요한 건 도대체 왜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꼈냐, 그 원인과 배경을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또한 정유정이 그간 사회와 단절돼 있던 점을 언급하며 이런 유형의 범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자체가 범죄도 아니고, 전부 다 범죄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지만 안 좋게 진행될 경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 유대관계가 있는 사람은 설령 생각이 일시적으로 왜곡됐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바로잡을 기회를 얻게 되지만 단절된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