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랭킹대회 운영 3개 단체(대한테니스협회·KTA,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KATA, 한국테니스발전협의회·KATO)에서 연말랭킹 여자 국화부 1위를 차지했던 김선영 씨(56)는 “테니스가 좋아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했더니 따라온 결과”라고 회상했다. 3개 단체 연말랭킹 동시 1위는 김 씨가 처음이었다. 국내 아마추어 테니스 여자 최강으로 우뚝 선 김 씨의 출발은 단순했다.
김선영 씨가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포핸드 발리로 공을 넘기고 있다. 1990년대 말 군인인 남편을 따라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김 씨는 국내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한 뒤 이제는 즐거운 테니스로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남양주=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1990년대 말 직업 군인인 남편을 따라 강원도 양구에서 살 때 테니스를 접했어요. 건강을 위해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남편, 아이들과 가볍게 노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를 한 경험 덕에 발이 빨라 성장 속도가 빨랐습니다. 군인 가족들과 어울려 칠 때 여기저기서 ‘잘한다’했죠.”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때는 한국축구대표팀이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출해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2002년. 그는 “한국이 포르투갈을 1-0으로 꺾을 때 응원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기억한다”고 했다. 남편이 대전 유성에서 교육받을 일이 있어 갔을 때 군인 가족 친선테니스대회에 출전했는데 초반에 탈락해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내 스스로 잘한다고 자만했던 것 같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다. 당시 인천 부평에 살 때였는데 처음 테니스동호회(영화클럽)에 가입해 아이들 학교 갈 때 함께 ‘출근 도장’을 찍으며 훈련했다. 거의 매일 테니스 쳤다”고 회상했다.
김선영 씨가 2023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우승한 뒤 포즈를 취했다. 김선영 씨 제공.
김선영 씨가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백핸드 발리로 볼을 넘기고 있다. 남양주=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활동하는 동호회가 달라 자주 치지는 못하지만 남편하고도 테니스를 가끔 친다. 김 씨는 “남편하고 혼합복식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는데 결국 못했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부부 대회가 있어 나가려고 두 번이나 준비를 했어요. 한 번은 비가 와서 연기돼 무산됐고, 한번은 남편이 너무 열심히 훈련하다 엘보(팔꿈치 부상)가 와서 출전을 못 했죠. 제가 랭킹이 높으니 남편으로선 너무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나봐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함께 안 나가길 잘했어요. 경기하다 싸울 수도 있잖아요. 이젠 수도권엔 부부 대회가 없어져 출전하기도 힘들어요. 지방엔 아직 부부대회가 있지만 둘이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김선영 씨(오른쪽)가 3월 23일 열린 바볼랏배에서 우승한 뒤 파트너와 포즈를 취했다. 김선영 씨 제공.
테니스로 많은 것을 얻었다.
“테니스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전업주부지만 취미 활동으로 사회활동을 배운 것 같고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대인관계도 좋아졌어요. 정말 인생 공부 많이 했어요. 물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당연히 따라왔죠.”
김선영 씨가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상대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남양주=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김 씨는 아마추어테니스계에선 전국구 스타다. 지방 대회 어딜 가든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그는 “요즘은 유튜브에 내 게임 영상이 올라가다 보니 대회장에서 알아보고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김 씨에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테니스를 치지 못하게 하니 필드로 나가게 된 것이다. 테니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골프에서도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 씨는 “2년여 ‘외도’ 기간에 76타까지 쳤다”고 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꿈인 ‘싱글 스코어’다. 그는 “테니스도 재밌지만 골프가 주는 매력도 쏠쏠했다. 확 펼쳐진 자연 속에서 맘껏 채를 휘두르다 보면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건강이 따라오는 느낌이다. 지금도 테니스가 최애(最愛) 스포츠지만 가끔 지인들과 골프도 즐긴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저에게는 또 다른 기회였어요. 테니스에만 몰두했었는데…. 골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다시 테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김 씨의 현재 KATA 국화부 랭킹도 1위다. 하지만 이젠 성적에 연연하진 않는다. 그는 “올해 30개 대회 정도 출전했는데 성적은 들쭉날쭉하다. 8강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우승하기도 하고…. 이젠 사람들 만나 즐겁게 테니스 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좀 욕심을 내면 발목 등에 부상이 온다”고 했다. 김 씨는 “이렇게 여유를 찾는 것도 테니스가 준 교훈이다. 욕심내면 다친다. 이젠 즐기며 100살까지 공 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김선영 씨가 경기 남양주체육문화센터 테니스코트에서 라켓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남양주=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