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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절벽’ 58세, 10년뒤 소득 42% 뚝 떨어져

입력 | 2023-06-03 03:00:00

평균 311만원서 180만원으로 줄어
고학력-고소득자일수록 하락폭 커
은퇴뒤 경력 살릴 일자리 지원 필요




우리나라 50, 60대는 주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점 이후 10년간 평균 소득이 4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런 은퇴 후 ‘소득 절벽’의 충격은 고소득자와 고학력자들에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오태희 한국은행 동향분석팀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조교수가 발표한 ‘우리나라 고령자의 준비되지 못한 은퇴 이후 소득절벽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령자의 평균 소득은 정년을 전후한 나이인 58세에 311만 원이었지만 68세에는 180만 원으로 42% 감소했다. 연구진은 한국고용정보원이 2006년 당시 만 45세 이상이었던 중노년층 1만254명을 대상으로 구축한 고령화연구패널에서 연구 조건에 맞는 1948명의 표본을 추출해 소득 변화를 분석했다.

소득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원인의 영향을 100%라고 했을 때 ‘주된 일자리 은퇴’의 기여율이 40%로 나타났다. ‘연령 증가’(49%)에 이어 두 번째였다. 노화 다음으로 주된 일자리에서의 은퇴가 소득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고학력자와 고소득자에게서 소득 하락 폭이 컸다. 연구진은 고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고령자를 고학력자, 상위 50% 이상 소득을 가진 고령자를 고소득자로 분류했다. 그 결과 고학력자는 퇴직 2년 후 소득이 퇴직 전보다 평균 86만 원 떨어지고, 고소득자는 퇴직 2년 후 평균 111만 원 떨어졌다. 저학력자와 저소득자는 은퇴 전후 소득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고학력자와 고소득자가 은퇴 전 가진 일자리에 비해 고령 이후 일자리의 급여가 현저히 적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미성숙한 연금제도로 인해 국내 고령자 다수가 늦은 나이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령 일자리의 급여가 높지 않아 상당수 노인이 ‘근로 빈곤’ 상태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2021년 기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데 이렇게 많은 노인들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빈곤율 역시 2020년 기준 40.4%로 OECD 1위다.

연구진은 “고령층이 기존 근무에서 습득한 경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고학력·고소득자들의 경우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양적 확대에 집중했던 고령 일자리 정책을 질적 고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