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눈뜰 때/이윤하 지음·송경아 옮김/376쪽·1만6000원·창비
드넓은 우주, 서로 다른 초능력을 지닌 부족들이 ‘천 개의 세계’라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13세 세빈은 호랑이로 변신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주황 부족에 속해 있다. 다른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은 무엇보다 부족의 명예를 중시한다. 세빈은 천 개의 세계를 지키는 우주군대에서 선장으로 복무하는 삼촌처럼, 부족의 명예를 드높이는 군인이 되고 싶다.
그토록 바랐던 우주군 합격통지서를 받아든 설렘도 잠시. 나쁜 소식도 함께 찾아온다.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됐다는 것. 우주를 파괴할 마법 물건을 훔치려고 군을 배신했다는 혐의였다. 주황 부족장은 즉시 세빈에게 “우주군에 입대해 삼촌을 지키라”고 명한다. 군 복무를 위해 부족을 떠나기 전, 세빈은 가족들 앞에서 맹세한다. “저는 모든 일에서 부족에 봉사할 것을 맹세합니다.”
한국계 작가로 미국의 공상과학(SF) 문학상 ‘로커스상’을 2017년 수상한 저자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난생처음 부족을 떠난 세빈이 우주군에 입대하며 자신이 알던 세상보다 더 크고 다채로운 우주를 경험하는 여정을 그렸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SF 소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의 작가 릭 라이어던이 저자에게 “한국 신화와 스페이스 오페라를 결합한 이야기를 써 보라”고 권유하며 기획됐다. 소설에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구미호와 우주를 떠도는 귀신, 영혼과 대화하는 무당 등 매우 한국적인 초능력이 등장한다. 우주 공용어는 한국어, 공식 의복은 한복이란 세계관도 흥미롭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