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유현준 지음/492쪽·1만9500원·을유문화사
건축물은 생각과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상상력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 완성되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건축가인 저자는 지난 100년간 지어진 건축물 중 30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기준은 ‘충격과 감동을 받을 만큼의 창의성’이다. 각 건축물은 건축 역사에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이다. 저자는 건축가의 의도와 당시 이를 접했던 사회 분위기 등 건축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낸다.
저자가 꼽은 건축물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다. “파리의 심장에 이집트 피라미드를 심었다”고 평가받는 이 건축물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1917∼2019)의 작품이다. 당시 “파리의 상징물로 부적합하다”는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완공의 일등공신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16∼1996)이었다. 1980년대 건축계의 난해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류에 굴하지 않고 이 파격적인 건축안을 승인한 것. 결국 오늘날, 이 유리 피라미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축물이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