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끄라비주 ‘란따섬’
태국 끄라비주 란따섬의 주요 휴양지인 삐말라이 빌라촌. 태국어로 삐말라이는 ‘낙원’을 뜻한다. 서쪽 안다만 바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리한 이곳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태국 남부 끄라비(Krabi)주의 란따섬(코란따).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 다시 차로 1시간, 또 배로 1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곳인 만큼 때묻지 않은 원시 자연과 천상의 신들이 공들여 빚어놓은 듯한 비경이 펼쳐진다. 1990년 주변 여러 섬을 합친 134㎢ 면적이 국립 해양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해양생태계의 보물 단지이기도 하다. 란따섬의 주요 휴양지인 삐말라이 촌에서는 휴식과 액티비티가 적절히 배합된 파라다이스 체험을 할 수 있다.》
‘섬에서 4일이나 보내야 한다고?’ 육지와 떨어진 외딴섬 한 곳에서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별로 익숙지 않은 해외여행 코스다. 그런데 끄라비의 코끌랑(Koh Klang) 지역 제티선착장에서 삐말라이행 쾌속선에 오르고 나서는 무료감과 갑갑증 같은 선입견은 지워지고 말았다.
란따섬 삐말라이 촌으로 가는 여정 중에 만난 수탉 모양의 바위섬.
여기에는 이곳 ‘촌장(村長)’ 격인 차린띱 띠야폰(Charintip Tiyaphorn) 삐말라이 리조트 대표의 소신이 담겨 있다. 그는 “삐말라이는 무코란따 국립공원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해안 청소를 하고, 모터로 움직이는 수상 스포츠를 운영하지 않으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피크닉만 허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삐말라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전량 가공해 천연비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음료수 빨대 하나도 플라스틱 대신 레몬그라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삐말라이의 촌민은 란따섬(코란따)의 현지 직원들과 리조트에 머무는 투숙객들인 셈이다. 100에이커(12만2000여 평) 부지에 900m 길이의 백사장을 가진 삐말라이 촌은 120여 채의 집에서 다양한 국적 출신 사람들이 1주일 살기에서 길게는 1년 살기 등으로 낙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삐말라이에서 인기를 끄는 숙소는 울창한 열대우림 속에 자리 잡은 39채의 프라이빗 풀빌라(Pool Villa)다. 풀장은 산속에 사는 원숭이들도 가끔씩 쉬어가는 공간이다. 투숙객이 객실을 비웠을 때 원숭이들이 찾아와 풀장에서 더위를 식히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했을 경우 객실 내 먹을거리는 원숭이들 차지가 되고 만다. 사람과 동물이 동거하는 셈이다.
삐말라이 촌에서 인생 샷을 담는 관광객들. 오른쪽 나무는 이 빌라촌의 수호목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리모’와 만나는 스노클링, 바다 호수의 카약
란따섬 삐말라이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누리는 호사 중 하나가 장엄한 일몰 광경이다. 삐말라이에서 서쪽 안다만 바다로 30분 거리에 있는 섬 ‘코하’(Koh Haa·‘코’는 섬, ‘하’는 숫자 5를 의미)로 내려앉는 태양은 주변을 온통 불그레한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이 때문에 코하는 태양이 지는 섬이라고 해서 선셋 아일랜드로 불린다.리조트 내에서 아로마 테라피, 요가 세션 , 태국 전통 요리 교실, 무아이타이 레슨 등을 즐기다가 바깥 바람을 쐬고 싶다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된다. 코하, 코록(Koh Rok·록섬), 코딸라벵(Koh Talabeng) 등 근처 섬들이 모두 해양 액티비티 공간이다.
먼저 ‘5섬’인 코하는 실제로는 6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태국의 오륙도’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 우뚝 솟은 절벽 바위들로 구성된 곳인데, 섬과 섬 사이의 수심이 얕은 곳은 해양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서 스노클링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물은 맑고도 따뜻하며 물속에서 산호와 흰동가리(애칭 ‘니모’), 거북 등을 만날 수 있다.
코하에서 남서쪽으로 더 멀리 떨어진 코록에서는 스노클링 외에 베이비파우더처럼 보드랍고 흰 빛깔의 해변 모래길 산책, 외줄 그네 타며 멍때리기 등 아기자기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코딸라벵 바다 동굴의 기묘한 종유석을 보고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카약을 이용해 바다 동굴로 상륙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 해변이 펼쳐진 바다동굴 내부에서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한 줌 빛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 내부를 랜턴에 의지해 들어가다 보면 어둠의 끝 쪽에서 희미한 자연의 빛줄기가 나타난다. 이윽고 동굴 끝까지 도착하면 놀라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동굴 내부가 아담한 에메랄드빛 해변과 함께 울창한 바위절벽 숲으로 치장돼 있다. 동굴 위로는 하늘로 통하는 또 다른 구멍이 뚫려 있다. 카르스트 지형의 침식 작용 결과라고 한다.
이곳이 일반에게 알려지기 전까지는 중국계 동남아인들이 요리 재료용인 제비 둥지를 가져가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더 오래전엔 해적들이 약탈한 물건을 잠시 숨겨 놓았다가 가져가는 보관소로도 이용됐다고 한다.
●바다 집시들이 직접 잡아 파는 해산물
삐말라이가 자리한 란따섬 자체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사실 란따섬은 1980년대 백패커(backpacker·식량과 등산 장비 등을 담은 백팩만 메고서 자연을 누비는 이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기 전만 해도 해양 피란민인 바다 집시들의 근거지였다. ‘차오 레이’로 불리는 바다 집시들은 500년 넘게 배 위에서 생활하다가, 점차 해안을 따라 지은 수상 가옥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들은 문자나 기록이 없어 그 기원이 알려진 바가 없고, 맨몸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 생활한다고 한다.
란따섬의 올드 타운. 바다 집시들이 직접 잡아 온 싱싱한 해산물 식당들이 있는 곳이다.
현재 란따섬은 10월 14일까지 해양국립공원 보호 기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액티비티 프로그램은 구간별, 시기별로 통제될 수 있으므로 미리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삐말라이 촌 차린띱 띠야폰 대표는 “에메랄드 동굴은 9월에만 문을 닫고, 란따섬의 여러 탐방 코스는 일 년 내내 열려 있으므로 항상 즐길 것들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 끄라비는 한국과의 비행기 직항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사진 태국=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