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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세계약 47%가 역전세… 곧 닥칠 ‘쓰나미’ 대비해야

입력 | 2023-06-03 00:00:00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면서 세입자들을 지원하는 법까지 통과됐지만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逆)전세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맺어진 아파트 전세계약 중 절반 가까이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 하락분을 내줘야 하는 거래였다. 전셋값이 폭락한 지방 아파트, 신축 빌라들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1∼4월과 2년 전 같은 기간 이뤄진 전국 아파트 전세계약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비교 분석했더니 거래의 47%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하락분으로 내준 전세금은 총 2조5000억 원, 한 채당 평균 8400만 원꼴이다.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집주인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이사도 못 가고 발이 묶인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아파트들은 사정이 더 안 좋다. 대구와 세종시 아파트의 82%, 67%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했다. 사기 피해가 집중돼 전셋값이 폭락한 신축 빌라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올해 하반기에 전세 기간이 끝나는 전국의 신축 빌라 10채 중 8채는 집값에 비해 전셋값이 너무 높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에도 가입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세금 반환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갈등을 빚는 ‘역전세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몰아닥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폭등한 가격에 맺은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4월 현재 전국의 역전세 위험가구 수를 102만6000채로 추산했는데, 이 중 올해 하반기에 29만 채, 내년 상반기에는 31만6000채의 계약기간이 끝난다. 집주인이 내줘야 할 전세금 하락분만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경제 파탄과 임대차 시장 혼란을 막으려면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을 돌려줄 수 있도록 대출을 늘려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세금 반환 목적이 분명한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간신히 안정세를 찾은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하거나, 금융회사 부실이 커지는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의 치밀한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