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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법원 출석한 이재명, 직접 증인 신문…‘시장실 토론’ 자화자찬도[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입력 | 2023-06-03 12:00:0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4화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습니다. 증인(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아까 문자 메시지 보내기만 했는데 받은 게 없다고 하셔서. 제가 이 문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증인이 유한기(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한테 문자를 보낸 게 2021년 11월 5일. 아침 7시 40분이네요. 문장 내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달 만에 법정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2일에도 증인을 직접 신문하는 ‘플레이어’로 나섰습니다. 4월 28일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증언에 질문을 이어가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던 것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날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을 상대로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 있지 않냐’며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의 신문 첫 마디는 지난 번과 비슷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도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신문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망설임 끝에 입을 뗀다는 듯이 “물어볼까 말까 했는데 잠깐 물어보겠다”며 황 전 사장에 대한 신문을 시작한 겁니다.


● 피고인에서 ‘플레이어’로 나선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위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는 정민용 변호사와 황 전 사장,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 등 고 김문기 전 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정 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 증인으로 법정에 선 황 전 사장. 황 전 사장은 이 대표가 사퇴를 종용했다고 생각해 사직서를 냈다는 이른바 ‘사퇴 종용 논란’의 당사자입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황 전 사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을 읊기 시작합니다.

“문장 읽어줄 테니 기억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황 사장님 정말 이상합니다 왜 사장님 퇴직 문제를 대장동과 엮고 언론플레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중략) 이걸 답장으로 9시 42분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황 전 사장은 당황하며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증거는 미리 제출되지 않아 재판부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이 문자가) 어떤 경위로 확보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말했고 재판부도 그 문자를 왜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다며 속내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생전 아는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고, 이 지인을 알고 있어 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을 마치기 전 검찰이 다시 한 번 자료의 출처와 입수 시기, 방법까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료 출처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일상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들 너무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보를 받는데 저희가 압수수색 대상이 될 거란 두려움이 있어 밝히기 어렵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출처까지는 밝히지 못해도 입수 경위를 알려달라고 말하고 재판을 마무리했습니다.


● 이재명,“시장실서 토론은 유일하지 않았냐”
2일까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모두 일곱 차례 진행됐습니다. 3~4월 열린 공판에서 이 대표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월 28일 6차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한 것을 계기로 이 대표는 2일 재판에서도 또다시 증인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황 전 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공사 관계자 A 씨에게도 이 대표는 직접 신문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A 씨가 1공단 공원화와 관련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자 A 씨의 공직생활 기간을 묻더니 A 씨가 근무하던 십수 년 동안 시장실에 여러 부서가 모여 논쟁하고 토론을 한 것은 자신이 시장일 때가 유일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A 씨는 “후임 시장의 경우 본청에 없어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른다. 시장님(이재명)이 계셨을 때는 토론을 좀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다시 이 시기 토론의 이례성을 강조하고 나섭니다. 이 대표가 “이례적인 모습인데 그건 맞지 않냐. 많은 부서가 모여 합동 토론하는 게 자주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A 씨는 “전임 시장 때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 김문기-이재명, 2017년 직접 통화 증언 나와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재판에서 정 변호사는 김 전 처장에 대한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언론사 인터뷰 등에 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는데요.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3월 7일경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 전 이 대표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김 전 처장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대장동 개발이익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개발이익인 5503억 원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김 전 처장이 만들었는데, 기자회견장에서 대기하던 중 김 전 처장이 직접 정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한 방송에서 “(김 전 처장을) 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고 (2018년) 경기도지사가 된 후 알게 됐다”는 말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입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김 전 처장이) 이 대표 캠프와 협력해 (대장동 사업 관련) Q&A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건 2021년 대선 준비 당시를 말하는 건가. 9~10월 경?”이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성남시장 재직 당시부터 이 대표를 알고 지내던 김 전 처장이 대선 준비 때까지도 이 대표에게 협력하는 관계였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또 “(김 전 처장이) 상급자여서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법적 문제의 해석을 놓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했던 증거 속 영상에서 이 대표가 “시장 때 (김 전 처장을) 만난 기억은 제 기억에 없는 거예요. 하급 실무관이었으니까요”라고 말한 것과 대비되는 내용입니다.


● 검찰, “김용, 증거 조작 의심 사정 발생”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뇌물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지난 2주 동안 대장동 관련 재판은 잠시 ‘멈춤’ 상태였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몸상태를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하면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이 연기됐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인신문 일정도 변경됐습니다.

최근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증거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지낸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5월 3일 오후 3~4시경 김 전 부원장과 수원컨벤션센터 집무실에서 업무를 의논했고 이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해뒀다고 증언한 뒤 재판부의 요구에도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이 전 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압수수색 현장에서도 이 씨가 휴대전화의 행방을 모르겠다고 답하자 이를 두고 검찰은 “김 전 부원장 보석 전후로 증거조작이 의심되는 사정이 발생한 것은 필요적 보석 예외 사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김 전 부원장의 보석이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한 것입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의 의견서가 부적절하고 증거인멸 시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다음주에는 다시 대장동 본류재판 등이 재개됩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