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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에 ‘결혼지참금 18억’ 현금으로 전달한 中남성

입력 | 2023-06-03 11:25:00

현금 호송차(왼쪽)와 예비신랑 측이 보낸 차이리(彩禮).


중국에서 결혼을 앞둔 남성이 예비신부 가족에게 18억 원의 현금 다발과 명품 시계 등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차이리’(彩禮)로 불리는 중국의 결혼 관습 중 하나로 신랑이 신부 가족에게 건네는 돈이다. 그간 비싼 차이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또다시 20억 원에 육박하는 현금 예물이 오가자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저장성 윈링 출신의 옌 씨(30)가 타이저우 자오장 출신 약혼녀에게 현금과 명품시계, 액세서리 등을 보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가 전날 약혼녀에게 전한 현금 액수는 998만 위안(약 18억 4000만 원)이다. 고액이 전달되는 탓에 은행은 호송업체에 연락해 호송차와 보안요원 4명을 동원했다.

실제로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촬영해 올렸다. 영상에는 보안요원들이 빨간색 상자 여러 개를 수레에 싣고 운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금괴와 고가의 시계, 액세서리, 현금다발 등이었다. 현금은 약혼이 끝난 후 보안요원들이 차량에 싣고 예비신부 측 은행 계좌에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목격한 주변 상인들은 “현금을 보내는 호송차를 봤다”면서 “타이저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습”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올해 말 결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다수는 “고액의 차이리가 흔하게 목격되는 관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요새 차이리가 점점 높아지는 느낌”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결혼이 두려워진다” “저런 식으로 차이리를 주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등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차이리는 예비신랑이 상대 측 부모에게 딸을 잘 키워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미풍양속이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적은 농촌 지역에서는 상대 측에 거액을 요구해 파혼 사례가 늘어나고, 결혼을 꺼리는 풍조까지 확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는 차이리를 규제하는 캠페인 등을 벌이기도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