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도입…14년간 피의자 신상공개 총 47건 뚜렷한 혐의·잔혹성 등 충분히 고려한다지만 절차 불투명해 '수사기관 자의로 한다' 지적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은 범죄자 신상공개 제도 시행 후 세상에 얼굴·이름 등 개인정보가 공개된 47번째 흉악범이 됐다.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효과 등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근본적으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결정 과정의 투명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3일 관련 규정에 따르면, 범죄자 신상공개는 2010년부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돼 왔다.
경찰은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피의자 신상 공개가 타당한지 검토해 결정한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14년 동안 47건의 신상공개가 결정됐다. 주요 사례로는 2012년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범 오원춘, 2017년 어금니아빠 살인 사건의 이영학, 2019년 전 남편 살인 사건의 고유정, 2020년 N번방 사건의 조주빈, 2021년 세 모녀 살인범 김태현 등이 있다.
정유정 사건 이전 마지막 신상공개는 올 3월 발생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유상원(51)·황은희(49) 등 5명이었다.
흉악범 신상공개의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기준이 오락가락하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때문에 국민 여론이 집중된 사건 피의자의 신상만 빠르게 공개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 등 5대 주요 강력범죄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237만6508건 발생했는데, 이 기간 신상이 공개된 사건은 0.00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권리 등 차원에서 신상공개 제도를 유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개 때마다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촘촘히 보완·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경찰이 비공개로 두고 있는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및 신상공개 지침’을 공개하거나, 구체적 기준을 아예 법률로 명시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