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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북한 우주발사체 인양 후 공동조사 합의

입력 | 2023-06-03 20:48:00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동을 갖고 있다. 국방부


군이 북한의 우주발사체 잔해(2단 추진체 추정) 인양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부터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km 해상에서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을 투입해 수중 75m에 가라앉은 길이 15m의 잔해 곳곳에 2cm 굵기의 고장력 밧줄을 결박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잔해가 인양되면 한미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군은 4일 “현장 유속이 2노트(시속 3.7km)이고 수중 시야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내일(5일) 현장 상황을 고려해 인양 작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잠수함구조함인 청해진함(3200t) 등의 대형 케이블로 잔해를 선상으로 끌어올린 뒤 평택 해군기지로 옮겨 정밀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미 공동조사에 대해 군 관계자는 “2012년 12월 인양된 은하3호를 한미가 공동 조사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 로켓 전문가 등 민관군 전문가 50여 명이 한 달간 은하 3호 잔해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여 북한이 사거리 1만 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자체 개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엔진의 구조와 성능, 단 분리 및 자세제어 기술 등 ‘특급정보’를 대거 확인하는 한편 각종 센서 등 10여 개 부품이 중국, 영국, 스위스 등 5개국에서 제작된 사실도 밝혀냈다. 군은 또 2016년 2월엔 발사 직후 북한이 의도적으로 공중 폭발시킨 광명성호의 1단 추진체 잔해도 인양해 정밀 분석을 거쳐 ‘은하 3호 복사판’이란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잔해 인양 시 북한의 진일보한 ICBM 기술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추정대로 잔해가 2단 추진체이고, 백두산 엔진 1개가 사용됐다면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상 분출 시험을 참관한 뒤 “3·18혁명”이라며 추켜세운 백두산 엔진의 실체가 최초로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북한 정찰위성의 입수 여부도 주목된다. 잔해에 3단(위성 탑재부)까지 붙어 있다면 군사정찰위성 1호기(만리경1호)가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위성을 확보한다면) 해상도 수준과 대북수출금지 품목 장착 여부 등을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싱가포르=손효주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