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이 첫 경찰 조사에서 “진범은 따로 있다”며 거짓말로 경찰을 속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새벽 경찰에 붙잡힌 이후 첫 경찰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정유정은 당시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자신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체포돼 오면서 횡설수설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거나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그랬다’는 등 범행을 부인하다 증거가 나오고 가족이 설득하니 결국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20대 여성 A 씨의 집에서 A 씨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정유정은 범행 3개월여 전부터 휴대폰으로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범죄 수사 전문 방송 프로그램’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관련 내용을 찾아봤고, 도서관에서는 범죄 관련 소설 등을 빌려 봤다.
그는 범행 사흘 전, 과외 중개 앱에서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행세를 하며 A 씨에게 과외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앱을 통해 대상을 물색하다 혼자 사는 A 씨를 범행 상대로 낙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오전 검찰 송치 전 부산 동래경찰서 앞에서 ‘피해 여성을 살해한 이유가 무엇이냐’ ‘피해 여성을 특정한 이유가 있느냐’ 등의 취재진 물음엔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죄송하다”고만 했다.
이어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고 했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