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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이제 세계인이 한국에 와 성악 배워야 하는 시대”

입력 | 2023-06-04 17:33:00

성악가 김태한(오른쪽 두번째)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심사에 참여한 소프라노 조수미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88년 이 콩쿠르에서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 출신의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6.4/뉴스1


“이제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성악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성악가 조수미 씨는 결선 마지막날인 3일(현지 시간)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한국 클래식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악을 배운 참가자들이 완벽한 독일어를 발음하고 음악 수준도 놀랍다”고 강조했다.

동양인이 드물던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 최초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 조 씨는 후배들의 활약상이 뿌듯하다. 그는 4일 새벽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80년대 초 유럽에서 활동할 때 동양적인 얼굴과 태도가 오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도 많이 당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외국사람처럼 보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왔다는 것 자체가 (실력을) 개런티(보증) 합니다.”

조 씨는 이어 “관객과의 소통 능력, 카리스마, 성격, 언어 능력”을 훌륭한 성악가의 조건으로 꼽으며 “음악 테크닉은 기본이기 때문에 (심사할 때)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조 씨는 K클래식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 봤다. 그는 “클래식은 역사나 스토리를 담은 불후의 음악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사람들은 (뭘 하든) 끝장을 보려는 면이 있어서 한국 클래식은 영원할 것 같다”며 웃었다. K팝과 협업할 수 있는 음반 작업 및 콘서트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60대에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에 대해 “슬럼프에 잘 빠지진 않는다. 힘들 때는 학자처럼 글을 쓰면서 내가 슬럼프인지, 무엇이 문제이며 해법은 무엇인지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슬럼프에 빠진 후배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사람들 같이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에게 늘 중요한 것은 내 ‘빛’이다. 그러니 그 ‘불’을 끄려는 사람은 멀리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씨는 내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수미 조 국제 성악 콩쿠르’를 프랑스 파리 근교 성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