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3년간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에 지급된 6조80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횡령과 리베이트 수수, 사적 사용, 서류 조작 등 314억 원 상당의 부정·비리 1865건을 확인했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밝혔다. 적발된 악성 비리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고, 300여 건은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아울러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자시스템을 통한 관리·감독과 외부 검증 강화, 관련 법 개정, 신고 활성화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감사로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민간단체들이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얼마나 흥청망청했는지 보여준다. 한 협회 사무총장은 출장비를 빼돌려 개인 해외여행비로 사용하는 등 수천만 원을 가로챘다. 이산가족 교류 촉진 사업을 내건 한 단체는 임원이 소유한 중국 내 사무실 임차비와 임원 가족의 통신비까지 보조금을 사용했다. 한 통일운동 단체는 ‘민족 영웅 발굴’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 사업과 무관한 정치적 강의를 편성했다. 무자격 페이퍼컴퍼니가 버젓이 일자리 보조금을 수령하거나 증빙서류를 포토샵으로 위조해 횡령하는 사례도 있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곳에 정부의 관리·감독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민간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도 존중돼야 하지만 그 투명성과 도덕성은 민간단체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자율적인 투명성 확보를 유도하는 동시에 철저한 감시와 검증으로 그 신뢰를 높여야 한다. 대통령실은 어제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국고보조금이 2조 원 가까이 급증했으나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었다며 전임 정부 책임론을 새삼 부각했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국고보조금 구조조정 단행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