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주 인사 지방으로 보내고 中 포털선 ‘6·4 톈안먼’ 검색 안돼 홍콩선 관련자 체포… 사실상 ‘침묵’ 美 “中의 인권-자유 탄압 반대” 성명
중국 톈안먼 사태 34주년을 하루 앞둔 3일 홍콩 코즈웨이베이에서 경찰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붉은색 테이프로 입을 막은 ‘톈안먼 어머니회’ 소속 라우카예와 활동가 콴춘퐁(오른쪽 사진)이 오후 6시 4분부터 24시간 단식을 시작했다가 곧 경찰에 연행됐다. 홍콩=AP 뉴시스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주변은 인근 지하철 1호선 톈안먼둥역부터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었다. 평소에도 검문검색을 거쳐야 들어가는 톈안먼 광장 검문이 특히 강화돼 입장이 지체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날은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 기념일이었지만 관광객들은 아예 민주화 시위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30분 정도 줄을 서 겨우 검색대에 도달했지만 외국인 기자라는 이유로 입장이 불허됐다.
● 반체제 인사 베이징 밖으로 내보내
이날에 대비해 중국 당국은 반체제 인사들을 별도 관리하고 인터넷 통제를 더 강화했다. 3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반체제 인사들을 이미 베이징 밖으로 내보냈다. 원로 반체제 여성 언론인 가오위(高瑜·79)는 1일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 허난성 뤄양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1주일 머문 뒤 베이징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위는 1989년 4월 톈안먼 광장에서 시작된 대학생 민주화 시위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다 체포돼 15개월간 복역했다. 또 1993년에는 국가기밀누설죄로 체포돼 6년간 옥살이를 했다. 톈안먼 시위를 주도했던 대학생 조직 ‘가오쯔롄(高自聯)’ 구이저우대 대표였던 예술가 리펑도 지난달 말 거주지 베이징을 떠나 고향 구이저우 쭌이(遵義)에 머물러야 한다는 통보를 보안 당국으로부터 받았다.
인터넷 통제도 삼엄하게 진행됐다. 이날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6·4 톈안먼’ 검색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다리 ‘쓰퉁차오(四通橋)’에는 도로 표지판이 철거되고 쓰퉁차오는 인터넷 지도 검색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 매년 벌인 촛불시위 사라진 홍콩
1989년 이후 거의 매년 이날을 기념하는 촛불시위를 해온 홍콩에서 촛불은 사라지고 ‘침묵’만 남았다. 일부 시위를 감행하려던 사람들이 체포된 것이 전부였다. 홍콩 경찰은 3일 밤 성명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해치거나 선동 행위를 한 혐의로 4명을 체포하고 공공 평화를 해친 혐의로 다른 4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다.빅토리아 공원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거행됐다. 많을 때는 수십만 명이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추모 집회를 불허했고 이후에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서 집회와 시위는 자취를 감췄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 시간) 발표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 성명에서 “미국은 중국과 전 세계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에서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베이징 당국은 당시 무력을 동원해 감당할 수 없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2년 전 당국 압박으로 폐쇄된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기념관이 미 뉴욕 맨해튼 6번가 한 건물에서 1일 재개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