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휩쓰는 K클래식] 심사 맡아… 후배들 활약에 ‘눈시울’ “국내파, 완벽한 발음-수준 놀라워 K클래식이 K팝보다 더 지속 가능”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성악가 조수미 씨가 4일(현지 시간) 대회 결과가 발표된 뒤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니엘 권, 조 씨, 이번 대회 우승자 김태한, 정인호.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제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성악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성악가 조수미 씨는 결선 마지막 날인 3일(현지 시간)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한국 클래식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악을 배운 참가자들이 독일어를 완벽하게 발음하고 음악 수준도 놀랍다”고 강조했다.
동양인이 드물던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 최초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 조 씨는 후배들의 활약상이 뿌듯하다. 그는 4일 새벽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김태한과 5위로 입상한 베이스 정인호, 6위까지인 입상권에는 들지 못한 바리톤 다니엘 권 등 한국인 결선 진출자 3명 모두를 꼭 끌어안아 줬다.
조 씨는 이어 “관객과의 소통 능력, 카리스마, 성격, 언어 능력”을 훌륭한 성악가의 조건으로 꼽으며 “음악 테크닉은 기본이기 때문에 (심사할 때)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조 씨는 K클래식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 봤다. 그는 “클래식은 역사나 스토리를 담은 불후의 음악 장르”라며 “한국 사람들은 (뭘 하든) 끝장을 보려는 면이 있어서 한국 클래식은 영원할 것 같다”고 웃었다. K팝과 협업할 수 있는 음반 작업 및 콘서트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60대에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에 대해 “슬럼프에 잘 빠지진 않는다. 힘들 때는 학자처럼 글을 쓰면서 내가 슬럼프인지, 무엇이 문제이며 해법은 무엇인지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씨는 내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수미 조 국제 성악 콩쿠르’를 프랑스 파리 근교 성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뤼셀=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