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젖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을 때/박성미 지음/268쪽·1만7000원·시크릿하우스
불안이 젖은 옷처럼 달라붙어 있을 때. 시크릿하우스
사람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신체·정서적 상처를 뜻한다. 사건의 심각성과 당사자의 체감 정도에 따라 오래 지속돼 자칫 평생 따라다니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예기치 않은 큰 사고나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아무도 모르게 홀로 불안이라는 유령에 쫓기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저자도 개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중학생 때 가정폭력을 목격하며 이인증을 경험했고, 고3 시절에는 근육 이상이 진행돼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족의 언어폭력과 무관심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깊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하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는 책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꺼내놓았다. 글쓰기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수는 없다. 다만 글을 쓰기 전보다 트라우마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돕는다. 또 트라우마보다 더 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관련한 글을 쓰길 권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고통에 대한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 고통은 이야기와 함께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