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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러 갔다 쓰러진 70대 ‘장기기증’…5명에 새생명 선물

입력 | 2023-06-05 10:14:00

누군가에 도움 주고파 생전 시신기증 신청
장기 기증 가능해 가족 뇌사장기기증 결정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생전 시신기증까지 신청했던 7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영만(75)씨는 지난 4월 말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쓰러져 119로 이송됐지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장씨는 지난달 16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신장(좌·우), 간장, 안구(좌·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가족들은 평소 마지막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장씨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뇌사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장씨는 전남 진도군의 시골 섬마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도시로 상경해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자수성가했다. 인천에서 어릴 적부터 목수 일을 배워서 가구점을 차렸고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까지 가족을 위해 성실히 일했다.

평소 장씨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해 삶의 끝에 누군가를 위해 나눌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시신기증을 알게 됐다. 60세가 넘으면 장기기증 자격이 없는 것으로 오인해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시신 기증을 신청했다고 한다.

가족은 뇌사 추정 상태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고인의 뜻을 존중해 기증을 결심했다.

아들 장호씨는 “아버지께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5명을 생명을 살리고 떠나셨으니 하늘에서도 편히 잘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가족을 위해 평생 성실하게 살다가 마지막 순간에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베풀고 가신 기증자 장영만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나눔이 오랜 세월 고통받고 있는 이식대기자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