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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에서 ‘디리스크’로…미국의 중국 전략에 변화가 있는가?

입력 | 2023-06-05 11:28:00

유럽연합 따라가는 미국의 대중 프레임
전문가 "용어 달라도 美 목표 변하지 않아"




미국의 대중 프레임이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축소·de-risking)’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브뤼셀에서 발표한 정책 연설에서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미국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 베이츠 길은 “용어의 변화는 미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길은 “디커플링은 실용적이지 않고 디리스킹이라는 단어가 미국과 동맹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달성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설명해준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며 “이(디리스킹)는 디커플링보다 현명한 단어이다. 리스크가 줄어들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반복적으로 중국과 무역을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월 말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하며 이 점에 대해서는 유럽의 핵심 지도자들과 의견이 같다”고 말했다.

이어 “디리스킹은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로 이를 구축하는 데 다른 국가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중국과의 관계에서 생긴 균열을 메꾸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을 바라보는 EU와 미국의 시선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또 ‘디리스킹’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소 모호하며 미국이 위험을 ‘회피’ 또는 ‘관리’할지에 따라 조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다오정 베이징대 국제학 교수는 “미국의 표현이 ‘디리스킹’이든 ‘디커플링’이든 중국을 특정해 사용하는 단어로 중국의 우려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 교수는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세부적인 내용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타이허 연구소의 세계 경제 전문가인 딩 이판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접근법은 공격적인데 비해 중국에 대한 EU의 접근 방식은 방어적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딩 연구원은 “무역 제한을 통한 대(對) 중국 기술적 봉쇄 외에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어려운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서도 회복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주로 전술적 및 수사학적 변화가 있었다”며 “중국 정부는 이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용어 변화)에 환상을 갖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기술 자립이라는 발전 방향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에 반도체 칩, 인공 지능, 양자 컴퓨팅이 추가할 될 수 있다며 EU와 같은 동맹들에게 미국의 조치를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길은 미국의 대중 관계는 유럽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미국과 EU간 대서양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EU 간 이런 차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