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의원이 위원장직을 내려놓기 전 올해 과방위에 배정된 해외시찰 경비 예산을 사실상 전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임위원장 교체가 이미 예정돼 있었는데도 정 의원이 무리하게 해외시찰 경비 예산 전액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정 의원은 과방위원장 재직 시절 과방위에 해외시찰 경비로 배정된 5513만 원 중 5458만 원을 사용했다. 남은 해외 시찰 경비는 55만 원뿐이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5일까지 같은 당 소속 고민정 최고위원 및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 등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현장 시찰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과방위 소속인 한 여당 의원은 “당초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가기로 돼 있었으나, 전당대회 등으로 불참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이 시기는 민주당 요구로 3월 임시국회가 열려있던 상황이었다.
정청래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왼쪽 첫 번째)과 민주당 고민정 의원(왼쪽 두 번째), 무소속 박완주 의원(가운데)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23) 현장을 찾아 KT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과방위원장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그 전에 해외시찰을 다녀오기 위해 일반적인 관행을 깨고 일정을 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의원이 해외시찰 경비 예산을 거의 모두 사용하면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 차원의 해외시찰을 올해에는 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 의원들끼리 간 출장에 모든 예산을 사용한 건 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후임 위원장 몫도 남기고 갔어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